대상 맞춰 직함 바꾸고
친분 쌓으면 가족까지
한번 물면 놓지 않았다
부산저축은행의 핵심 브로커 윤여성(56ㆍ구속) 씨는 로비 대상자에 맞춰 직함을 마구 바꾸는 신분세탁과 ‘한 번 물면 놓지 않는’ 인맥 쌓기 스타일로 정ㆍ관계에 전방위 로비를 펼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9월 하복동 감사원 감사위원이 아는 후배의 주선으로 윤 씨를 점심식사 자리에서 만났을 때 그는 자신을 제이원개발 회장이라며 해당 직함이 찍힌 명함을 건넸다. 윤 씨는 “안성에 골프장을 개발하는데 항상 부킹해놓을 테니 한 번 놀러오라”며 편하게 접근했고, 자리 말미에서야 “내가 주식을 좀 가지고 있는데 지금 부산저축은행 감사 처리기간인 것으로 알고 있다. 잘 봐달라”며 이야기를 꺼냈다. 하 위원은 당시 저축은행 감사의 주심을 맡고 있었다.
그러나 하 위원은 ‘잘못 나온 자리’라는 생각에, 그날 자리를 주선했던 후배를 질타했고 이후에 윤 씨로부터 더 이상 연락이 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윤 씨가 은진수 전 감사위원에게 접근해 김종창 당시 금감원장에게 부산저축은행 계열 은행에 대한 검사 강도 완화 등을 부탁해달라고 했을 때에는 복합쇼핑몰업체 회장 명함을 가지고 있었다. 복합쇼핑몰 더잼존부천은 부산저축은행의 계열사로 윤 씨는 이곳의 회장 행세를 했다.
특히 윤 씨는 일단 접근한 뒤 한 번 친분을 쌓게 되면 철저한 관리를 통해 끝까지 가는 사이를 만들었다. 은 전 위원과 윤 씨가 인연을 맺은 것은 10년 전 은 전 위원이 윤 씨의 사기사건 변호를 맡으면서부터다. 재판이 끝난 후 한동안 뜸했던 둘 사이는 3년 뒤 윤 씨가 당시에 못줬던 수천만원대의 성공보수를 주겠다며 은 전 위원을 갑작스럽게 찾아오면서 가까워지게 된다.
이후 윤 씨는 은 전 위원이 몸담았던 법무법인을 수시로 찾아가 직원들 밥값하라고 돈을 건네는 등 살갑게 굴며 은 전 위원과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발전했다. 윤 씨는 2005년 부산저축은행의 고문변호사직을 제안하면 은 전 위원에게 2억원이나 되는 고문료를 지급했고 은 전 위원은 이때부터 부산저축은행의 다양한 소송 문제를 해결해줬다. 윤 씨는 은 전 위원의 형을 부산저축은행 대출이 많은 카지노업체에 취직시켜 주는 등 한 번 물면 가족들까지 철저히 관리대상으로 삼았다. 오연주 기자/o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