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 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김홍일 검사장)의 공기 흐름이 복잡미묘하다.
사회적 시선이 쏠린 사건에 엄중한 수사 원칙을 내세우고 있지만 칼을 겨눠야 하는 상대가 검찰 출신이라는 특수성 때문이다.
부산저축은행과 관련해 의혹을 받는 은진수(50ㆍ구속) 감사원 감사위원과 정선태(55) 법제처장, 박종록(59) 변호사는 모두 검찰 출신이다.
이 가운데 은 위원과 정 법제처장은 김 부장과 함께 지난 1993년 슬롯머신 비리 사건을 파헤친 ‘모래시계 검사’들로, 당시 같은 목표를 안고 뛰던 인연에서 20여년이 지난 지금은 칼과 방패를 들고 마주서야 하는 난처한 입장이 됐다.
김 부장은 지난달 29일 은 위원이 소환돼 조사받을 때 CCTV로 은 위원의 모습을 점검하긴 했지만 직접 만나지는 않았다. 통상 고위층이 소환받을 때는 부장이 자신의 방에서 간단히 차를 마시며 분위기를 누그러뜨린 뒤 조사실로 보낸다. 그러나 김 부장은 물론 수사팀도 검찰 선배인 은 위원에게 차 한 잔 건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정 법제처장에 대해선 참고인 조사를 통해 제기된 의혹을 밝혀낸다는 방침이다. 정 법제처장은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로 지목된 윤여성(56ㆍ구속) 씨에게 10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청와대와 금감원에 탄원서를 넣고 권재진 민정수석에 이 은행 구명 청탁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박 변호사 역시 소환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이처럼 표면적으로 검찰은 냉정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오랫동안 한솥밥을 먹은 인연을 전혀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검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검찰이 은 위원을 구속기소하면서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은 위원을 금융기관 임직원으로 해석한 것으로, 법조계에선 검찰이 은 위원을 공무원으로 보고 ‘알선수뢰’를 적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했다. 알선수뢰의 경우 수사 결과 밝혀진 혐의대로라면 은 위원은 유기징역 7년 이상에 처해질 수 있다. 그러나 알선수재의 경우엔 처벌 상한이 ‘5년 이하 유기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훨씬 가볍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