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그룹 대주주 등 최고위층이 경영악화 직전인 2008년 1~2월 사이 수도권 일대 골프장 4곳의 회원권을 26억여원 이상 들여 집중 매입한 것으로 3일 확인됐다. 박연호(61·구속기소) 회장 등의 명의로 돼 있는 이들 회원권은 정·관계 로비에 활용됐을 것이라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이날 본지가 단독 입수한 ‘부산저축은행 골프회원권 내역’에 따르면 박연호 회장이 계열사로 두고 있는 부산·부산2·중앙부산저축은행 등 3곳은 2008년 1월 7일, 경기도 안성의 골프클럽Q안성(옛 태양CC·)과 안산제일CC, 양평TPC의 회원권을 각 6억6000만원씩 총 19억8000만원에 사들인 것으로 적시돼 있다. 또 한 달 뒤인 2월 5일엔 추가로 안산에 있는 제일CC 회원권을 7억8000만원에 매입했다.
이들 3개 계열사가 1989년 이후 보유한 골프장 회원권은 총 10개(총액 44억9200만원·동부산CC 매각 예정)로, 2005년 이전엔 대략 7년에 한 번씩 회원권을 매입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2008년의 회원권 집중 매입이 로비와의 연관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회원권에 기재된 정회원은 박연호 회장, 김양 부회장, 오지열 중앙부산저축은행장 등 최고위급으로, 이들이 직접 정·관계 인사와 골프를 통해 친분 쌓기에 나섰을 개연성이 짙어졌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부산저축은행의 브로커 윤여성(56·구속) 씨가 골프클럽Q안성을 포함해 전국 20여곳의 골프장에 출입한 자료를 확보, 함께 골프를 친 인사를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검찰은 부산저축은행을 위해 감사원의 감사 강도 완화 요청 등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을 사고 있는 김종창(63) 전 금융감독원장을 조만간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할 예정이다. 또 이 은행 측에 각종 편의를 봐주고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가 있는 김광수(54) 금융정보분석원장에 대해 이날 뇌물수수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윤정희ㆍ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