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공시지가는 양도소득세·상속세·취득세·등록세 등 국세와 지방세는 물론 개발부담금·농지전용부담금 등을 산정하는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다만 공시지가는 현재의 가격이 아닌 과거의 가격이라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매년 1월1일이 기준일이기 때문에 전년도 10월에 조사에 착수하게 된다. 즉, 2011년 개별공시지가는 정확하게 말하자면 2010년 4/4분기 가격인 셈이다. 그래서 예외적인 경우에 국토해양부 장관이 따로 공시 기준일을 정할 수 있다.
어쨌든 개별공시지가는 정부에서 매년 조사해 발표하는 공신력있는 기록이다. 따라서 머지않은 장래에 전원생활을 위해 시골 땅을 구하려는 이들은 본인이 관심을 두고 있는 각 지역별 개별공시지가 흐름을 읽어낼 줄 알아야 한다. 이를 통해 땅 투자 수익률 예측은 물론 고속도로 등 개발재료에 따른 지가 움직임, 그리고 해당 지역 및 개별 땅 가격의 적정선 등을 어느 정도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홍천군의 사례를 들어 개별공시지가 체크 포인트를 알아본다.
홍천군은 2011년 개별공시지가 상승률이 평균 7.38%로 강원도내 2위, 전국 4위를 차지했다. 물론 개별공시지가는 지역별(군·면·리) 또는 개별 필지별로 입지조건, 개발재료, 지목변경 및 필지분할 등의 각종 변수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개별 사례를 통해서도 일반적인 땅 테크의 법칙을 찾아낼 수 있다.
먼저 시골 땅값을 좌우하는 최대 호재는 ‘길’이다. 고속도로 및 복선전철 착공·개통에 따라 땅값은 요동친다.
2000년대 들어 홍천 땅 값을 움직이는 핵심 재료는 경춘고속도로(서울~춘천)를 비롯한 동서고속도로(서울~춘천·홍천~양양) 건설이다. 지난 2004년 하반기 착공에 들어간 경춘고속도로(서울~춘천)가 2009년 7월에, 이어 춘천~홍천을 잇는 동홍천IC가 그해 10월31일 개통됐다. 또 같은 해 6월 동홍천IC와 양양을 연결하는 동서고속도로 2단계구간이 착공됐다. 이처럼 2009년은 홍천 땅 시장에 있어서 고속도로 관련 대형 호재들이 잇따라 터져 나온 시기였다.
동서고속도로 2단계 구간은 오는 2014년 개통예정이다. 반쪽개통에 머물렀던 동서고속도로 전 구간(서울~양양)이 뚫리게 되는 것이다.
지난 2009년 개통된 동홍천IC와 바로 연결되는 내촌IC의 수혜지로 분류되는 내촌면 물걸리 A땅과 서석면 수하리 B땅의 개별공시지가를 비교해 살펴보자.
2004년 8월 경춘고속도로가 착공된 다음해인 2005년 수하리 B땅의 개별공시지가는 ㎡당 7500원으로 2004년 3300원에 비해 127%나 급등했다. (2005년 개별공시지가는 실제로는 2004년 4/4분기 가격이라는 점을 고려하자)
내촌면 물걸리 A땅은 역시 3910원에서 4860원으로 24%(950원) 올랐지만 상승폭은 서석면 수하리에 비해 크게 못미쳤다. 이는 당시 동서고속도로 2단계 구간에서 동홍천IC(2009년 10월말 개통)와 연결되는 다음 IC로 현재의 내촌IC가 아닌 서석IC라는 소문이 나돌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서울과 연결되는 고속도로 착공의 파급효과는 엄청나서, 이후 2006년 1월1일 기준 개별공시지가는 폭등세를 기록했다. 내촌면 물걸리 A땅은 2004년 ㎡당 3910원에서 9050원으로 2년새 131%나 올랐다. 여전히 ‘서석IC’가 들어설 것이라는 소문에 힘입은 수하리 B땅은 2004년 3300원에서 2006년 1만8000원으로 2년새 445%나 폭등했다.
그러나 2009년 6월 동서고속도로 2단계 구간에서 서석IC가 아닌 내촌IC가 착공되고 같은 해 10월30일 동홍천IC가 개통됐지만, 이후 땅값 상승률은 2005~2006년에 비해서는 크게 둔화됐다. 이는 개발 열풍이 전국을 휩쓸면서 곳곳의 땅값이 폭등한 노무현 정부와 안정세를 유지한 이명박 정부의 차이점이기도하다.
내촌면 물걸리 A땅은 2009년 ㎡당 개별공시지가가 1만100원에서 2011년 1만6200원으로 2년새 60.3% 뛰었다. 서석면 수하리 B땅은 2만2000원에서 2만5000원으로 13% 상승에 그쳤다. 이는 홍천~양양구간 동서고속도로 IC가 소문과는 달리 홍천군 서석면 서석IC가 아닌 내촌면 내촌IC로 결정된 데다, 수하리 B땅이 그동안 물걸리 A땅보다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주춤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흔히 땅은 장기 투자처로 꼽힌다. 환금성이 불리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5~10년은 내다보고 투자해야 그 사이 고속도로 건설 및 개통, 관광지 개발, 산업단지 조성, 토지정책 변화, 전원시장 트렌드 변화 등의 호재성 재료에 힘입어 가격이 오르기 때문이다. 홍천군 A,B땅의 사례에서 보듯이, 특히 땅 값은 수년간 보합세를 보이다가도 불과 1,2년만에 몇배의 폭등세를 연출하기도 한다.
내촌면 물걸리 A땅과 서석면 수하리 B땅의 5년, 10년 단위 연평균 가격 변동률을 살펴보자.
물걸리 A땅은 2006년 개별공시지가가 ㎡당 9050원에서 5년 뒤인 2011년 1만6200원으로 79%(7150원) 올랐다. 연평균 상승률은 15.8%다. 수하리 B땅은 2006년 1만8000원에서 2011년 2만5000원으로 38.8% 올라, 연평균 상승률은 7.8%에 머물렀다.
하지만 최근 약 10년간의 흐름을 놓고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물걸리 A땅의 경우 지난 2002년 개별공시지가는 ㎡당 2840원에 머물렀다. 그러나 9년만인 2011년에는 1만6200원으로 470%나 올랐다. 연평균 상승률이 52.2%에 달한다.
수하리 B땅은 지난 2002년 2100원에서 2011년 2만5000원으로 무려1090%나 폭등했다. 2002년 기준으로는 A땅보다 더 낮았지만, 이후 9년간의 연평균 상승률이 121%로 A땅의 배 이상에 달했다.
이런 차이는 오는 2014년 내촌IC 개통 전까지 어느 정도 좁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수하리 역시 내촌IC에서 차로 10분 이내 거리여서 고속도로 수혜지로 분류된다.
A땅과 B땅의 가격 격차는 입지조건이 반영된 것이다. 수하리 B땅은 홍천강 상류의 강변에 입지해있다. 물걸리 A땅 역시 강변에서 그리 멀지 않지만 조망권은 없다. 강변, 강조망이라는 전원주택지의 트렌드가 이같은 가격 격차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들 땅이 고속도로 착공 및 개통이라는 대형 호재의 영향권에 있던 2005~2006년과 2010~2011년은 가격 상승폭 측면에서 큰 차이가 나타난다. 물론 2005~2006년의 폭등세는 노무현 정부 시절 전국을 들쑤셔 놓은 개발열풍에 기인한 탓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2010~2011년의 상승폭 둔화는 이후 동서고속도로 전 구간이 개통되는 2014년 전후 강한 상승탄력을 점치게 하는 한 요인이다.
땅값 흐름을 분석할 때 공시지가와 실제 시세가 크게 다르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수하리 B땅의 2011년 개별공시지가는 ㎡당 2만5000원 이지만, 최근 실거래가격은 9만5000원 이었다. 개별공시지가가 실거래가의 약 4분의 1에 불과하다. 물걸리 A땅 역시 개별공시지가는 1만6200원 이지만, 현재 호가는 8만1800원선으로 5분의 1 수준이다. 이는 B땅이 저렴하게 매매되었던지, 아니면 A땅의 호가가 높은 것인지를 보여준다.
만약 전원주택지로 점찍어둔 마을과 개별 물건이 있다면, 해당 물건과 비슷한 조건의 이웃 땅 뿐 아니라 더 좋은 조건의 땅과 더 나쁜 조건의 땅의 개별공시지가 흐름을 비교 분석해 볼 것을 권한다. 그러면 해당 땅의 시세 적정선 가늠 및 향후 투자 수익률 예측이 어느 정도 가능해진다.
(헤럴드경제 객원기자,전원&토지 칼럼리스트,cafe.naver.com/rm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