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검찰에 세 번째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박 회장은 7일 오전 9시45분께 자신의 검은 승용차을 타고 서울 남부지방경찰청에 모습을 드러냈다. 짙은 회색 양복 차림에 지친 표정이 역력했던 박 회장은 이전 두 번의 소환 때와는 달리 다소 풀이 죽은 모습이었다.
박 회장은 “비자금 조성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직 할 얘기가 없다. 검찰에서 조사받고 있다”며 이전의 ‘적극 부인’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1차 소환 때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의 비자금 조성 연계성 발언을 해 파장을 일으켰던 박 회장은 박삼구 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아직 소환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고 짧게만 대답했다. 이어 “조사가 길어지고 있는데 할 말이 많아서냐”는 질문에는 “나중에 얘기하겠다”는 말만 남긴 채 서둘러 검찰 안으로 향했다.
검찰 측은 이번 3차 조사에서 박 회장의 배임ㆍ횡령 혐의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남부지검 고위 관계자는 “혐의 인정 여부는 말해줄 수 없지만 조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 관계자는 “금호아시아나와 관련해서는 본사 압수수색, 박삼구 회장 소환 등 어떠한 내용도 말해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검찰은 이번 조사가 3차인 만큼 오늘 조사에서 박 회장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이로 인해 수사는 자정이 가까운 시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조사가 마무리되는대로 박 회장을 신병처리할 계획이다.
검찰은 박 회장이 계열사 및 협력업체와 거래하면서 거래 장부를 조작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2009년 6월에는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금호산업 지분을 전량 매각, 100억원 이상의 손실을 피한 것으로 보고 지난 3~4일 이틀에 걸쳐 박 회장을 소환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1~2차 조사에서 박 회장은 비자금 조성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는 동시에 박삼구 회장의 비자금 조성 개입설을 언급해 파장을 가져왔다.
황혜진 기자/hhj63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