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초연된 연극 ‘한여름 밤의 꿈’은 고전 셰익스피어 극을 한국적으로 해석, 한여름 밤 네 젊은이의 한바탕 소동이 한국의 흥과 신명으로 거듭났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진가를 인정받아온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본고장 영국은 물론 독일, 폴란드, 벨기에, 프랑스 등 유럽과 인도, 쿠바, 에콰도르, 콜롬비아 등에 진출했다.
내년 4월 영국 런던 ‘글로브 극장(Globe Theatre)’에 오르는 것도 한국 연극사상 ‘최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을 기념해 36개 나라의 셰익스피어 극이 모이는 축제에 한국 대표로 참여하는 것도 큰 의미를 지닌다.
지난 22일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연습실에서 만난 양정웅(43) 연출은 “런던갈 때마다, 공연 보러 극장(글로브 시어터)에 간다. 고풍스럽고 묘한 판타지가 느껴지는 공연장이고, 셰익스피어 작품만 올리는 극장이라 의미가 깊다. 영국 런던, 셰익스피어 심장부에서 연극을 올린다고 생각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고 말했다.
지난 10년간 전 세계 관객을 만난 이 작품이 여전히 생명력을 유지하는 이유로는 “해외 관객들은 고전인 셰익스피어 작품의 한국적 해석을 신기해한다. 음악과 춤이 다이내믹하고 우리의 마당놀이처럼, 관객과 쌍방향 호흡하는 장면이 많아 즐거워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얼마 전 헝가리의 600년 된 고성(줄러캐슬 시어터)에서 공연을 마쳤다”며 “작품은 10년째 변함이 없지만 공연마다 느낌이 다르다. 각국의 새로운 공간에서 만나는 것 자체로 흥분되는 일”이라고 했다.
그동안 셰익스피어 작품에 천착해온 양 연출은 ‘한여름 밤의 꿈’의 질리지 않는 매력으로 “낭만과 사랑, 판타지가 함께 존재하는 것”이라며 “시인과 광인,연인은 항상 머릿속이 상상으로 들끓는다는데, 이 작품은 인간에게 설렘, 꿈, 상상을 안겨준다”고 말했다.
오는 8월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르는 것에 대해 “한국 관객들의 반응은 세계 어느 곳보다 열정적이다. 국내 관객들로부터 기(氣)를 ‘팍팍’ 받아서, 해외에서 한국 연극의 기를 펼치고 오겠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상업화된 화려한 대중예술이 주를 이루는 공연계에, 연극이 주는 의미도 잊지 않았다. “연극은 인간이 눈앞에서 직접 움직여 만드는 예술입니다. 아무리 문명이 발달하더라도 인간 자체는 아날로그잖아요. 다 바쁘게 살고 있지만 누군가는 느리게 걷고, 돌이켜보고, 사람을 생각하는 근원적인 예술(연극)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마치 샘물이 마르지 않아야 하는 것처럼, 삶의 자각과 인식도 한쪽에선 지속돼야 합니다.”
<조민선기자@bonjod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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