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조스님은 사진을 통해 삼국시대부터 고려시대에 걸친 한국 불상 수인의 아름다움을 전해왔다. 작품들은 관조스님이 추구했던 “사소하고 작은 것을 통해 전체를 보고자 한 화엄세계(一微塵中含十方)” 정신을 보여준다.
부처님의 진리는 손(手印)을 통해 표현되고 전달된다. 한 손으로 땅을 ,다른 한 손으론 하늘을 가리키는 탄생불의 수인은 생명의 존엄성을 선언한 것이다. 결가부좌한 상태에서 오른손을 무릎 밑으로 내려 땅을 가리키는 항마촉지인은 깨달음 직전 악마들의 강한 유혹에 대한 굳센 의지를 드러낸다. 또 두려움을 없애주는 시무외인, 모든 원을 들어준다는 여원인 등 중생구제의 뜻 또한 부처님의 손으로 표현된다.
관조스님은 젊은 나이에 해인사 승가대학 제7대 강주를 역임했을 정도로 학식을 갖췄으나, 이후 범어사에서 참선에 정진했다. 아울러 사진영상을 통해 진리를 추구하고자 하는 별원을 세워 일반 사진작가들이 넘볼 수 없는 경지를 구축했다. 스님이 남긴 사진들은 작고 하찮은 미물이나 남들이 관심을 두지 않은 것을 순간에 담아, 이를 우주적 관심으로 확장시킨 것이 특징이다. 또 작품마다 깊은 불교 철학적 사색이 깃들어 있다.
이번 특별전은 스님의 사진에, 강은교 김광규 김명인 김용택 도종환 문정희 안도현 유안진 윤금초 이근배 이문재 정현종 등 유명 시인 20명이 화두와 같은 시를 붙임으로써 문학과 사진이 어우러질 전망이다. 전시에 때맞춰 관조스님의 사진작품 20점과 시인 20명의 시를 곁들인 화집도 발간된다.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