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주민투표는 투표율 미달로 선거 자체가 무산되며 막을 내렸다. 하지만 후유증은 남았다. 투표운동 기간 내 발생한 불법투표운동에 대한 처벌문제다. 매 선거때마다 반복되온 불법 운동은 이번 무상급식 주민투표 때도 예외는 아니었다. 주민투표 관련 불법행위는 주민투표법에 의해서만 처벌이 가능하지만 처벌 규정이 모호해 유야무야 될 공산이 커졌다.
▶“투표율이 조금 모자랍니다. 도와주세요”=직장인 김모(32)씨는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치러졌던 24일 오전 9시께 ‘1004’라는 번호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가족과 함께 투표 참여로, 비겁한 투표 거부 심판합시다”라는 내용이었다. 오후 3시에도 같은 번호로 “조금 모자랍니다. 도와주세요. 선생님의 한 표가 대한민국 복지의 기초를 만듭니다”라는 문자가 도착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트위터 등에 따르면 이날 교회에서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투표 참여 독려 문자가 투표가 진행되는 내내 불특정 다수에게 전송됐다. “오늘 투표하면 천국행 준비해 준다는 주님의 응답을 받았습니다” “아직 투표하지 않았다면 얼른 투표하고 오세요. 주님의 은총이 기다립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또한 상대편의 선전물을 훼손하는 일도 이번 투표운동 기간 내내 발생했다. 지난 18일에는 60대 남성이 서울 강서구 방화동에서 민주당 서울시당이 설치한 주민투표 관련 현수막을 훼손해 서울 강서경찰서에 입건되기도 했다.
▶주민투표법 처벌 조항 모호=주민투표법 28조에 따르면 ▷부정한 방법으로 투표의 자유를 방해한 자 ▷주민투표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한 자 ▷특수관계 또는 지위를 이용해 주민투표에 부당한 영향을 미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의 처벌을 받게 된다. 투표 당일 투표운동을 한 경우에 대해서는 주민투표법 30조에 의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가능하다.
하지만 문제는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지 않아 선전물을 훼손하는 등의 행위가 어느 조항에 의해 처벌이 될 수 있는지 유권해석이 애매하다.
실제로 선전물 훼손의 경우 주민투표법 28조 중 어느 처벌 조항에 해당되는지 명시된 내용이 없다. 그러나 공직선거법의 경우는 240조에 벽보 등 선전시설 등의 설치를 방해하거나 훼손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4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투표 관련된 행위는 주민투표법만 적용이 가능해 공직선거법에 따라선 처벌할 수 없다.
또한 예배 시간에 교인을 대상으로 주민투표 참여를 독려한 종교인, 대형 교회에서 투표 참여 문자메시지를 대량 전송한 것을 두고도 선관위는 ‘특수관계 또는 지위를 이용해 주민투표에 부당한 영향을 미친 경우’에 해당 하는 것으로 보고 조사를 하고 있지만 교인이나 문자를 받은 사람이 부당한 압박을 느꼈는지에 따라 처벌 여부가 달라지는 탓에 처벌 여부는 불투명하다.
선거 당일에 투표운동을 하는 것은 주민투표법 20조에 의거해 명백한 위법으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지만 투표 참여 및 거부 독려를 ‘투표 운동’으로 봐야하는지도 애매한 상태다.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주민투표법은 벌칙 조항이 3개 밖에 없어 공직선거법에 비해 많이 단순하다. 공직 선거법 같은 경우 문자 선거운동에 대해서도 세세하게 벌칙조항들이 마련돼 있지만 주민투표법은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라며 “선전물 훼손은 부정한 방법으로 투표를 방해하는 경우로 처벌할 순 있지만 그 해석은 사법기관의 역할이다. 대형교회에서 문자를 보낸 것도 강압성을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수진ㆍ이자영 기자@ssujin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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