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노래가사에 술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한 여성가족부의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25일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안철상 부장판사)는 SM엔터테인먼트가 소속 그룹 SM 더 발라드의 노래와 관련 여성가족부장관을 상대로 낸 청소년유해매체물결정통보 및 고시처분취소 소송에서 “통보처분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아 각하하고 청소년유해매체물 고시처분은 취소한다”고 해 사실상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문학작품이나 드라마에 흔히 쓸쓸함을 달래기 위해 술이 등장하고 가정과 음식점에서 술을 마시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며 “마약류나 환각류와 달리 술과 관련된 표현이 노래에 포함돼 있어도 음주를 조장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SM더발라드의 ‘내일은...’에는 ‘술에 취해 널 그리지 않게’가 3번, ‘술에 취해 잠들면’이 1번 나오는데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는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쓰인 관용적 표현”이라고 덧붙였다.
SM엔터테인먼트는 프로젝트 그룹 SM 더 발라드의 ‘내일은…’이 가사에 ‘술에 취해 널 그리지 않게’ ‘술에 취해 잠들면 꿈을 꾸죠’ 등 술과 관련된 표현이 들어 있다는 이유로 청소년유해매체물결정을 받자 올해 3월 소송을 냈다.
한편, SM엔터테인먼트는 노래가사와 관련한 또다른 소송에서 대법원까지 갔으나 이미 승소한 전력이 있다.
동방신기의 4집 타이틀곡인 ‘주문-미로틱’은 선정성으로 인해 청소년유해물판정을 받고 소송전에 들어갔으나, 서울행정법원은 “가사에 성적인 암시가 있다고 하나 ‘청소년에게 성적인 욕구를 자극할 정도로 성행위의 방법이나 감정, 음성 등을 과도하게 묘사’하거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성행위를 조장하거나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기술하는 등 성윤리를 왜곡시키는’ 것은 아니다”고 판단해 2009년 4월 원고승소 판결했다.
이어 항소심 재판부도 “표현이 직접적이지 않고 매우 은유적이고 뮤직비디오도 선정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항소를 기각했고, 대법원 역시 올해 2월 심리불속행 기각결정을 내렸다.
<오연주 기자 @juhalo13>o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