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공안부가 ‘제주 강정마을’ 사태와 관련해 26일 오후 전격적으로 경찰·국정원 관계자까지 모아 공안대책협의회를 여는 것은 이번 사안을 바라보는 정부와 공안당국의 시각이 담겨있다. 이 사안을 쉽게 넘겼을 경우 이번 정부 후반기 내내 공권력에 도전하는 세력들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공안대책협의회라는 이름으로 회의가 열리는 것은 2008년 촛불시위 때 이후 처음. 공안당국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명박 정부 후반기의 엄정한 법집행 의지를 다질 것으로 보여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엄정한 법집행을 줄기차게 요구한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에 더해 최근 검찰조직의 수장에 오른 한상대 검찰총장도 ‘종북좌익 세력 척결’을 검찰의 주요 과제로 삼은 터라 그 어느 때보다도 신속하게 대응책 마련한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강정마을’ 사태를 틈타 제주도 주민이 아닌 외부 세력이 유입돼 혼란스러운 상황을 더욱 키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검찰 등 공안당국의 고민은 그러나 ‘강정마을’ 사태에만 그치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강정마을’이 공안대책협의회 개최의 직접적인 이유가 됐지만, 주말에 예정돼 있는 각종 도심 시위도 걱정”이라고 밝힌 대목이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 2008년 촛불시위는 이번 정부 초반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준 ‘사건’으로, 당시 열렸던 공안대책협의회라는 이름의 공안당국자들 회의가 이번에 열리는 것만으로도 향후 전개될 각종 시위가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강정마을’ 시위대에 경찰 차량이 억류되는 등 공권력이 무기력해지는 모습을 보여준 터라 향후 반 정부 세력이 주도하는 시위에선 보다 폭력적이고 불법적인 시위 양상이 나타날 수 있어 공안당국은 잔뜩 긴장하는 모습이다.
이날 협의회 직후엔 신임 임정혁 공안부장이 직접 회의 결과를 설명하며 엄정한 법집행 의지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강정마을’ 사태로 시위 현장 지휘에 허점을 드러낸 경찰은 “헌법상 보장된 권리는 충분히 보장하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집회 시위 등에서 뒤에서 전문적으로 조직하고 선동하는 상습참가자들을 채증을 통해 가려내 처벌하고 단순 가담자들은 훈방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자칫 검찰 등 공안당국의 이런 움직임을 두고 신공안 정국 조성을 위한 것이라는 비난도 불거질 수 있어 보수·진보 진영간 충돌로도 확산될 가능성이 내포하고 있다.
홍성원·김재현 기자/hong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