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검찰의 선거법 위반 수사에 대해 “박명기 교수에게 준 2억원은 그의 생활이 궁핍하다고 해 선의로 준 것”이라 발언한데 대해 교사들의 시선이 차갑다.
현직 교사들은 곽 교육감의 발언을 풍자해 “나도 어려운데… 2억만 넣어주지” 같은 말을 주고받고 있으며 곽 교육감의 도덕성을 거론하며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29일 서울 금천구 모 고등학교의 일선 교사는 “교육감 자신이 대가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여러가지 정황으로 보면 더이상 대가성을 부인하기 어렵다”며 “돈을 건넨 사실 자체를 부인하다 어제 공식적으로 시인하지 않았는가. 지금 상황에서 교육감직을 유지하는 것이 무리수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일선 교사들 사이에서는 용단을 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분위기”라며 “무상급식 등 기존 교육감 체제 아래서 추진됐던 정책들의 변경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시스템이 아니라 교육감에 의해 정책이 좌지우지되는 지금과 같은 상태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 구로구의 한 중학교 교사는 “아직 검찰이 조사 중에 있고 실정법 위반 여부에 대해서 성급하게 판단을 내릴 단계는 아니다. 좀더 검찰 조사를 지켜봐야겠다”면서도 “일선 교사들이나 학생들 사이에서 얘기가 안 나올 수 없고 그렇다보면 당장 수업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서울 용산구의 한 중학교 교사는 “어제 이후 교무실에서 ‘선의의’라는 농담이 늘고 있다”며 “동료 교사가 ‘나 요새 힘들어 한강갈지도 모르는데 2억만 넣어달라’고 농담할때는 우습기도 하면서도 이런 사태까지 오게된 데에 대해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마포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곽 교육감이 당선된 이후 교육비리에 대해서는 크던 작던 단호한 잣대로 징계처리해왔다”며 “선의로 준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생길 여지가 다분한 만큼 이에 대처를 잘못하면 스스로 모순의 짐을 떠안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무성하다”고 비판했다.
교원단체들도 호의적이지 않은 시각을 드러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김동석 대변인은 “교육감직의 수행을 위한 가장 중요한 덕목은 권위와 도덕성이 아니겠는가? 곽 교육감이 어제 발표한 내용을 보면 법률적으로나 국민정서상으로 보나, 교육 입장서 볼때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교육계 및 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큰 만큼 교육감이 스스로 책임지는 모습 보여야 할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동훈찬 정책실장은 “어제 발생한 일이라 아직 전교조의 공식 입장이 집계되지 않았다”며 “정확한 내용이 밝혀 질때까지 사태를 지켜보자는게 전교조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편 곽 교육감은 이날 오전 9시경 굳은표정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사퇴 의사를 묻는 질문에 묵묵부답이었으며 이날 예정된 서울시의회 임시회의 참석 등의 일정을 모두 소화했다.
김재현ㆍ이태형 기자/madp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