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선거 후보 경쟁자에 2억원 전달 사실 시인…“대가성 없다” 주장 불구 회복불능 타격
“저는 법학자이자 교육자입니다. 법으로부터는 올바름을 배웠고, 교육으로부터는 정직을 배웠습니다. 올바름과 정직이 제 인생의 나침반이자 안내자였습니다.”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28일 서울시교육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회견문 중 일부다. 이 말처럼 곽 교육감은 원칙, 정직, 도덕성을 강조했던 ‘진보의 아이콘’이었다.
이날 회견에서 지난해 교육감 선거 당시 같은 진보 진영 후보 경쟁자였던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2억원을 준 사실을 시인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곽 교육감은 “오직 박 교수의 어려운 처지를 외면할 수 없어서 선의의 지원을 했을 뿐”이라며 “선거는 공정성을 위해 대가성 뒷거래를 불허해야 하지만, 선거 이후에는 또 다른 생활의 시작”이라며 자신의 행위가 대가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가성 여부를 떠나 ‘단일화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보상’으로 금전을 건넸다는 사실만으로 그의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쉽지 않다.
곽 교육감은 지난해 6ㆍ2 지방선거 운동 초기부터 공정택 전 교육감의 비리를 언급하며 자신이야말로 ‘부패 비리를 척결할 수 있는 도덕적 인물’임을 내세웠다. 유세 현장에서 유권자와 악수하면서 “사교육 꽉 잡고 부패 비리 꽉 잡는 진보 단일 후보 곽노현”이라고 했다.
곽 교육감은 수시로 본인이 ‘깨끗한 인물’임을 내세웠다. “서울시교육감 후보 중 부패와 싸워본 사람은 나말고 없다” “무엇보다 비리와 부패를 잡는 것은 (나 같은) 철저한 민주주의자만이 할 수 있는 것” “어떤 사람들은 나를 ‘법치주의 전사’라 얘기하는데 법과 원칙에 충실했기 때문에 강성 이미지가 부끄럽지 않다” 등이 그가 했던 발언이었다.
실제로 곽 교육감은 비리 척결에 앞장서왔다. 그러나 최대 자산으로 앞세웠던 것이 청렴이었던 그는 이번 사건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었다.
서울 지역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교육계의 만연한 비리와 부패를 잡겠다고 하면서 이 같은 행위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학생에게 충격일 것”이라고 전했다.
더욱이 곽 교육감은 말을 바꾸기까지 했다. 지난 26일 검찰의 수사 소식이 전해지자 박상주 비서실장을 통해 “돈이 오갔다는 얘기는 전혀 사실이 아니며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했다가, 이번엔 돈을 건넨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정직이 모토였던 그에게는 큰 치명타다.
이 사건으로 곽 교육감의 신뢰도가 크게 추락했다는 것이 교육계와 정치권의 평가다. 업무 수행은 물론 교육자와 법학자로서의 명예도 지키기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