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097950)이 CJ 보유 삼성생명 주식을 떠안게 돼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삼성생명의 주가가 6개월째 공모가를 밑돌며 바닥을 기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대주주인 삼성생명(032830)은 오버행(대량의 매도 대기 물량) 이슈를 당분간 피할 수 있게 됐다.
실제 1일 CJ제일제당의 주가는 사흘만에 급락세로 돌아선 반면 삼성생명은 강세다.
전일 장마감후 CJ는 보유 삼성생명 지분 2.2%(639만4340주)를 CJ제일제당(439만4340주)과 CJ오쇼핑(200만주)에 시간 외 대량 매도로 전량 매각키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공정거래법상 오는 3일부터 지주사의 금융 자회사 지분 보유가 허용되지 않는 데 따른 조치다. CJ제일제당은 CJ가 보유하고 있던 삼성생명 주식을 3735억여원에 현금 취득할 예정이다. 이 경우 CJ제일제당이 보유하는 삼성생명 지분은 2.3%에서 4.5%로 상승하게 된다.
삼성생명의 주가 부진을 감안할 때 CJ제일제당이 총대를 멘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삼성생명의 주가는 지난달 26일 8만4000원까지 밀려 종가 기준 사상 최저가를 기록했고, 전일에도 8만5000원에 마감, 맥을 못추고 있다.
증권가에선 그러나 이번 소식에 따른 CJ제일제당 주가 조정시 매수 기회로 삼으라고 조언하고 있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취득을 위해 CJ제일제당은 보유 현금과 7월 사채 발행을 통해 마련한 2000억원을 사용했을 것”이라며 “운전자본 확보를 위해 같은 금액을 추가 차입한다고 가정할 경우 97억원 가량의 순이자비용 발생하는데, 이는 올 예상 순이익 3220억원의 3.0%에 해당, 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양 연구원은 이어 “삼성생명의 증권가 평균 목표가 대비 상승 여력은 58%로 CJ그룹 입장에선 지분 매도로 인해 부가 유출되는 것보다 그룹 내부에 유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을 것이고, CJ제일제당은 향후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따라서 “중장기 주주가치 훼손에 대한 우려로 인해 CJ제일제당의 주가가 하락할 경우, 매수 기회로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삼성생명의 주가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는 점이 문제다. 그간 주가를 눌러온 오버행 이슈의 해소는 긍정적이지만, 펀더멘털 면에서 아직 뚜렷한 회복 조짐이 없기 때문이다.
한승희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하락 추세로 마진율이 지난 2010회계연도 이후 하락하고 있어 당분간 투자이익률 제고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생명의 주요 주주는 이건희 회장(20.76%), 삼성에버랜드(19.34%), 신세계(11.07%) 등이다.
<김영화 기자 @kimyo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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