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지만 저축은행 업계에 아직 뱅크런(대량 예금인출사태)은 나타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하지만 이달에는 상황이 다를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금융당국의 경영실태 조사결과 10여곳이 부실저축은행으로 분류됐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어 언제라도 대량인출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과 함께 5000만원 이상 예금자의 분산예치를 권고하고 있다.
▶저축은행 수신 62조원대 안정=저축은행중앙회 등에 따르면 영업정지 저축은행을 제외한 97개 저축은행의 수신고는 지난 5월 이후 62조원를 유지하는 등 대체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5월 말 62조9000억원에 달했던 저축은행 수신고는 6월들어 임직원 비리사실이 알려진 제일저축은행 등에서 대량으로 예금이 인출되면서 8000억원 이상 급감, 6월말에는 62조559억원으로 줄었다.하지만 7월 62조32억원, 8월 62조402억원(8월30일 기준)을 기록하는 등 대체로 안정적인 모습이다. 이는 저축은행들이 예금자 이탈을 막기 위해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잇따라 인상한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 저축은행이 제시하는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평균 5.2.5%(7월 기준)로 일반 시중은행 예금금리 보다 1.0% 포인트 이상 높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저축은행업계 수신고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7월 이후 하루에 많게는 수백억원, 적게는 수십억원씩 증감할 뿐 우려했던 예금 인출 사태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판 세일이 한창일 때는 오히려 수신이 증가하는 양상”이라고 덧붙였다.
▶“9월엔 다르다. 5000만원 미만 분산 예치 바람직”=하지만 이달에는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 금융당국이 7,8월 중 85개 저축은행 대상의 경영실태 평가를 근거로 이달 말까지 어느 곳이 우량하고, 부실한 지 옥석을 가려내기로 한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벌써 자산 2조원 이상인 수도권 소재 대형 저축은행을 1곳을 포함해 10여곳이 부실저축은행으로 분류돼 영업정지를 당할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면 진위 여부를 떠나 예금자들의 심리가 동요해 9월 말 이전에 대량 예금 인출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한 당국자는 “9월에는 저축은행 수신고에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며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앞둔 만큼 신규 예금이 줄어들고, 예금인출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융전문가들은 5000만원 이상 저축은행 정기예금 가입자들은 분산예치를 서두를 때라고 권고한다. 거래 저축은행이 부실저축은행으로 지목돼 청산되거나 영업정지를 당하더라도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5000만원 이하 예금은 돌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5000만원을 초과하는 예금은 돌려받지 못한다. 따라서 현재 저축은행에 8000만원을 예치한 가입자라면 예금자 명의를 달리해 4000만원씩 예금을 둘로 나눠 예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거래 중인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하면 예금을 담보로 일부 자금을 융통해 쓸 수 있지만 본인이 원하는 시기에 전액을 돌려받지 못하게 되므로, 당장 필요한 자금은 미리 인출해두는 것도 좋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전문가는 “저축은행이 고금리를 제시하고 있지만 업계의 구조조정이 가시화된 만큼 지금 당장은 단순히 금리만 보고 예금을 맡길 때가 아니다”며 “리스크를 줄이려면 당분간 금리가 낮더라도 환금성이 좋은 곳에 돈을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윤재섭 기자/i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