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평균 조세 부담률 30% 육박
한국은 21.7%…증세 없인 못버텨
복지 구조 과다지급 부분 조정
중상위층에 덜가게 통제할 필요
통일되면 빈곤율 최대 35%로 확대
‘재정쇼크’ 지금부터 대비해야
최근 복지가 뜨거운 감자로 자리 잡고 있다. 정치권에서 잇달아 보편적 복지 정책을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 재정을 고려치 않은 전형적인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비판과 보편적 복지는 이제 시대정신이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성숙한 세계 국가 도약을 위한 9대 전략’을 점검하는 세미나를 진행하는 헤럴드경제는 여섯 번째 주제를 ‘성장 친화적 복지 구현을 위한 과제’로 정하고, 해법을 모색했다. 전문가들은 복지 정책에 있어서도 핵심은 ‘재정’이라고 강조하고, 이에 맞는 지속 가능한 복지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고령화와 통일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회=복지 천국인 북유럽을 모델로 하기에는 부담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문창진 한국건강증진재단 이사장(이하 문 이사장)=북유럽 모델을 도입하려면 조세 부담을 늘리거나 적자 예산을 편성해야 하는데, 이는 정치권이 정하는 것을 넘어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합니다. 세금과 같은 부당 증가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김용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이하 김 원장)=그렇다고 복지 지출이 불가역하지는 않습니다. 필요하면 낮출 수 있고 재정 지출을 확대할 때는 지출을 축소하는 등 조절이 가능합니다. 중요한 것은 복지 지출비율이 얼마냐보다는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하느냐입니다.
-사회=과연 우리는 어느 정도까지 정부가 복지를 맡아야 하겠습니까?
▶현진권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이하 현 교수)=공공부조는 물론 정부에서 해야 합니다. 현 시점에서 문제는 현 복지 포퓰리즘 정책이 공공부조가 아닌 사회 서비스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무상급식을 확대하면 당연히 재정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과거처럼 적자 재정을 통해 해결하기에도 쉽지 않습니다. 결국에는 조세 부담과 연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스웨덴의 경우 그만큼 국민의 조세 부담률이 큽니다. 우리나라도 스웨덴식 복지제도를 도입한다면 국민에게 조세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알려야 합니다.
▶김 원장=우리나라 복지에 있어서 핵심은 ‘재정’입니다. 국가 부채를 늘리면서 복지 지출을 하지는 않겠다는 규율이 확립돼야 합니다. 하지만 국민이 원한다면, 그래서 조세 부담이 늘어나도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면 효율성과 관계없이 실행될 수 있다고 봅니다.
▶문 이사장=복지를 국민 투표에 맡기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 일반 국민은 당장 곶감을 얻을 수 있고, 국가 재정이 바닥나도 내가 갚을 돈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우선은 미래 세대가 감당할 범위를 대략이라도 정해놓아야 합니다.
‘복지 포퓰리즘’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헤럴드경제 정책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복지 정책의 핵심은 ‘재정’이라며, 지속 가능한 복지 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진 왼쪽부터 김용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문창진 한국건강증진재단 이사장, 현진권 아주대 교수,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 원장.
-사회=이미 도입된 제도만으로도 재정 부담이 늘어날 것 같습니다.
▶김 원장=여야가 다 복지 지출을 확대하는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증세를 무조건 반대하거나 복지 지출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도 옳지 않습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보육이나 교육, 의료 이런 부문의 서비스를 확대할 것이냐입니다. 출산의 경우 분위기 조성을 위한 관련 지출을 좀 더 확대해야 된다는 것에 대부분 국민도 동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재정 문제이기에 쉽지는 않습니다. 사실 논쟁이 큰 것처럼 보이지만 재정 문제로 인해 선택의 범위가 넓지 못합니다.
▶현 교수=모든 것을 100%로, 예컨대 급식을 100% 다해준다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현 상황에서 사회 서비스가 더 확대되면 곤란하다고 봅니다. 특히 통일이 오는 순간을 대비해야 합니다. 통일은 갑작스럽게 일어날 수 있습니다. 통일이 되면 우리나라의 빈곤율이 10%에서 35%까지 확대될 수 있습니다. 통일 생각은 하지 않고 사회 서비스를 확대하면 통일 때 엄청난 재정 쇼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사회=통일이 될 경우 현 복지 시스템을 어떻게 운영해야 합니까?
▶김 원장=통일의 방식이 다양하고 예측 불가능해 지금 설정할 수는 없지만, 독일 사례를 보면 비용이 엄청나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독일이 통일을 거친 이후 20여년 동안 더 강한 나라가 됐다는 점입니다. 복지 지출도 통일이 되면 적응해갈 수 있다고 봐야 합니다. 복지 지출에 대한 논의를 지금 연계시키는 것은 필요치 않다고 봅니다.
-사회=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뿐 아니라 다른 나라도 복지 지출이 늘어나는 것 아닙니까?
▶김 원장=고령화가 어디까지 진행되느냐가 변수입니다. 중요한 것은 인구 구조를 건전화하려는 전략입니다. 이를 위한 지출을 아끼면 안 된다고 봅니다. 현재 구조상 과다 지급되고 있는 부문을 조정해 나가야 합니다. 특히 중상위층에 좀 덜 들어가도 되는 부문을 통제해야 합니다.
▶문 이사장=출산율이 1명 수준이 되면 세금을 낼 수 있는 사람이 없어지게 되므로, 아무리 복지를 줄여도 재정 악화는 불가피합니다.
▶현 교수=유럽의 평균 조세 부담률이 30%에 육박합니다. 스웨덴의 경우 노인 인구비율이 30%가 돼도 버틸 수 있지만 우리는 사정이 다릅니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국민도 세금을 더 내지 않는 이상, 복지 수준을 지금과 같이 유지할 수 없습니다.
▶문 이사장=결국 장기적인 계획이 중요합니다. 보건복지부도 사회보장 5개년 계획을 세우지만, 서류 작업으로 끝나고 맙니다. 재정계획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실천이 안 되는 것이 허다합니다. 여기에 정치권이 계획 수립에 참여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갑자기 예산이 반영되는 것도 있고, 장관에 따라 없던 계획이 들어가고 빠지기도 합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국민으로 하여금 정부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도록 만듭니다. 공약해놓고 집권하면 지키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지속 가능성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실현 가능한 복지계획을 짜야 합니다.
정리=하남현 기자/airinsa@heraldcorp.com
사진=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