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해결 급선무 불구
現 경기감안 금리인상 난망
‘물가냐, 경기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고민이 또 시작됐다. 5%대로 치솟은 소비자물가와 멈출 줄 모르는 가계대출 증가세를 생각하면 당장에라도 기준금리를 올려야겠지만 경기 둔화 우려에 대응하려면 이달에도 금리 인상은 어렵다. 물가와 경기, 어느 쪽 대응을 우선하든 쉽지 않은 선택이다. 금통위는 오는 8일 정례회의를 열어 이달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사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죄송하다”고 말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3% 상승한 것은 3년 만에 최고치이며, 전월 대비 0.9% 증가한 것은 8월 상승률로는 지난 10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물론 지난달 기상 여건 악화와 금융 시장 불안으로 국제 금 시세가 폭등하면서 금반지 가격이 내구재 물가 상승을 주도하는 등 수요 측보다는 공급 측 압력이 컸던 게 사실이지만, 인플레 기대심리 확산을 막기 위한 기준금리 인상 명분은 충분하다.
그동안 물가 불안심리를 못 잡고 폭증하는 가계 대출을 막지 못한 건 시중에 넘쳐나는 유동성을 적기에 거둬들이지 못한 금통위의 직무 유기라는 비판도 만만찮다. 한국투자증권은 4분기에도 4%대의 고물가가 지속돼 올 한 해 소비자물가는 4.3~4.6%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한은의 물가 전망치는 4%다.
거시지표를 보면 경기 대응 역시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는 게 시장 일각의 지적이다. 지난달 산업 생산과 설비 투자 감소세가 뚜렷하고, 그나마 우리 경제를 떠받치던 수출은 급감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재정위기 확산과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시장에서는 금통위가 이달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거시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
현재 시장에서는 대체로 이달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측하는 분위기다. 유진투자증권 주이환 이코노미스트는 2일 “물가 불안보다 경기 둔화에 대응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이달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투자증권 진은정 애널리스트는 “일단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낮아졌다”며 “국내 경기 둔화 조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 금리를 인상하기에는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신창훈 기자/chuns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