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통계 발표시간 정례화

임의변경땐 신뢰하락 지적도

지난 1일 지식경제부가 8월 수출입동향(8억달러 흑자)을 평소대로 오전 11시 하지 않고 두 시간을 앞당겨 9시 실시한 데 대해 말이 많다.

바로 직전인 8시 5.3%에 달하는 소비자물가지수가 발표되고 최근 글로벌 재정위기의 영향에 대한 국내외의 관심을 고려할 때 필요한 조치였다는 주장이 있다.

실제로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재정위기 이후 8월달 무역수지와 국내 경제상황에 대한 관심이 집중돼 소비자물가지수 발표에 맞춰 당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물가가 5.3%나 되자 깜짝 놀란 정부가 경제의 펀더멘털은 탄탄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물가 충격에 물타기를 했다는 얘기다.

사실 박재완 지경부 장관이 이미 며칠 전부터 5%를 넘길 수도 있다고 해석될 만한 얘기를 해와 물타기는 벌써 시작된 일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국가통계 발표의 대외적인 신뢰성을 감안할 때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금융시장과 국민의 관심은 물론 해외에서도 예의주시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통계 발표시간을 임의로 조정하는 것은 국가적 신뢰성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사실 국내에서 경제 관련 주요 통계는 발표시간이 정례화해 있다. 예민한 주식시장과 금융시장이 주요 통계 발표에 따라 출렁거리는 모습을 보이는 등 산업과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산업동향은 매달 30일, 소비자물가지수는 매달 1일, 무역수지는 매달 1일 발표된다. 올해 들어서는 3월과 5월에만 2일 발표했다. 이 경우는 3월 1일은 삼일절, 5월 1일은 일요일인 경우였다.

물론 발표시간도 거의 정해져 있다. 소비자물가지수의 경우는 오전 8시, 수출입동향은 오전 11시 발표돼 왔다.

통상 수출입동향 기본 자료는 전달 마지막 날까지의 통계가 관세청으로부터 발표 전날 저녁에야 지식경제부로 넘어온다. 이를 지경부가 가공해 매월 1일 오전 발표하고 있다. 지난 1일의 경우에는 지경부 직원이 하루를 앞당겨 밤샘작업을 통해 통계수치와 보도자료를 미리 준비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과거에도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 발표 중 특히 부정적인 것은 금요일 오후 하거나 공휴일 전날 하는 등의 사례가 없지 않았다”며 “하지만 길게 보면 그때그때의 대응보다는 실제 우리경제의 실력을 키워 나가는 것이 중요한 해법이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박지웅 기자/goa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