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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콜릿 역겨워!” 건강식품 좋아하는 뇌…어떻게?
미국 메사추세츠 주에서 부동산 중개인으로 일하는 웬디 폭스(41ㆍ여)는 몇 개월 전까지 초콜릿을 끼고 텔레비전 앞에 앉는 것을 삶의 낙으로 삼았다. 30대부터 시작된 초콜릿 탐닉 습관으로 폭스의 체중은 20kg 이상 늘었다. 그러나 터프스 대학에서 운영하는 체중관리 프로그램에 등록한 지 15개월 만에 그의 체질은 180도 바뀌었다. 폭스는 현재 초콜릿 대신 샐러드를 끼고 살며 그간 체중 16kg를 감량했다.

최근 미 CNN 방송은 폭스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고칼로리 음식에 탐닉하는 식습관도 훈련을 통해 바꿀 수 있다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인용해 전했다. 필라델피아 소재 모넬화학감각연구소(Monell Chemical Senses Center)의 음식심리학자인 마샤 펠챗은 우리가 고칼로리 음식에 유혹을 느끼는 데 대해 “인류역사 대부분에 걸쳐 굶주림이 일상화됐고 사람들은 지방층이 풍부한 먹거리를 찾아야 했다”고 설명했다.

즉, 굶어 죽는 것을 피하기 위해 우리의 뇌는 고칼로리 음식이 접근 가능한 거리에 있는 지 여부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훈련돼 왔다는 것이다. 밥을 충분히 먹고도 케이크 한 조각이 더없이 유혹적으로 보이거나, 도넛 가게 간판에 자꾸 눈이 가는 이유도 이와 상관이 있다. 펠챗 박사는 고칼로리 음식에 탐닉하는 뇌는 “재활치료를 받고도 마약을 보면 유혹을 느끼는 중독자의 뇌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제 희망은 없을까? 그렇지 않다. 펠챗 박사는 우리의 뇌는 특정 음식을 반복해서 먹으면 그 음식에 중독과 같은 집착을 보인다는 생물학적인 증거가 있다고 소개했다. 펠챗 박사가 포화지방이 적게 들어 맛이 다소 떨어지는 바닐라 음료를 2주간 실험대상자들에게 매일 섭취하게 한 결과, 3분의1 이상이 이 음료를 좋아하고 또 찾는 중독과 비슷한 현상을 보였다.

이와 관련, 일본 도호쿠 대학 연구진도 일본인들이 초밥에 열광하는 데 대해 “특정 음식에 대한 선호는 그 지역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문화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발표한 바 있다. 폭스 역시 건강식품을 반복적으로 먹는 훈련을 통해 초콜릿 중독증을 극복했다. 이제 폭스는 “가끔 초콜릿을 먹고 싶을 때가 있지만 한 입 배어 물면 곧바로 버터 맛이 느껴져 토하고 싶어진다”고 말하는 수준이 됐다.

펜실베이니아 소재 벡 인지행동치료연구소(Beck Institute for Cognitive Behavior Therapy) 주디스 백 소장은 “훈련을 하면 입 속에 기름진 음식이 들어오는 느낌이 싫어지고 설탕이 든 음식은 너무 달다고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CNN은 ‘샐러드에 탐닉하는 뇌’를 훈련하기 위해 우선 고칼로리 음식을 생각나게 하는 물건을 모두 치우라고 권한다.

폭스는 훈련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초콜릿 제조회사인 M&M 로고가 그려진 유리컵을 내다버렸다. 그는 “아이들을 위해 간식을 만들고 남은 음식은 즉시 이웃에 나눠주어 집에 남지 않게 했다”고 말했다. 둘째, 건강식품을 손에 닿기 쉬운 곳에 둔다. 폭스는 가방 속에 사과를, 차 안에는 고 섬유질 시리얼을 두어 배가 고프거나 초콜릿이 먹고 싶어질 때에 대비한다.

마지막으로 식이요법을 시작한 첫 2주간은 고칼로리 음식을 일절 입에 대지 않고 이후엔 하루 100칼로리 정도에 한해 섭취한다. 터프스 대학 영양학자인 수전 로버츠 박사는 간식을 먹는 시간도 중요하다면서 “식전 배가 고플 때 초콜릿을 먹으면 우리의 뇌는 초콜릿과 관련된 만족감을 먼저 생각하게 되지만 식사 후 먹으면 초콜릿으로 인한 폐해를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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