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여자들이 성형수술을 받거나 받기를 희망하는 이상한 나라’, ‘대학진학률이 80%에 달하는 비정상적 교육열의 나라’
이인실 전 통계청장이 사석에서 미국의 한 사회학자가 한국을 가장 불행한 나라로 꼽으면서 들었던 몇가지 이유를 인용해 설명한 말이다. 외국인들의 눈에 한국인들은 진학과 취업에서 끊임 없이 경쟁에 시달리는 곳으로 비쳐진다는 얘기다. 이에 대한 이인실 전 청장의 해명 또한 흥미롭다. “한국은 지난 40년간 세계 어느 나라도 해내지 못한 압축적인 성장을 해온 나라이고, 압축적인 성장과정에서 당연히 국민적 스트레스와 불행이 동반될 수밖에 없었다”고 해석했다.
자살예방 전문가인 이광자 이화여대 간호전문학과 교수의 분석도 비슷하다. 그는 “의학계에서는 자살의 주 요인으로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꼽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자살의 15% 정도만 우울증이고 나머지 85%는 사회경제문화적 요인”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가 보는 사회경제문화적 요인이란 바로 한국이 경제적으론 급격히 성장하는 대신 실질적인 행복지수는 줄고 있다는 것. 2010년 한국의 행복지수는 103위. 우리의 화려한 경제성적표와는 정 반대다.
그는 20∼30대 자살률이 높은 이유에 대해 “대학 졸업후에도 취업이 어렵고 이것이 이것이 집단의식과 연결돼 정체성 혼란이 온다”며 “내가 누구인지 정말 원하는게 뭔지 몰라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10대 중고생은 한참 내가 누군지를 알아야 할 시기이며, 앞으로 어떤 목적으로 살아가야 할지 배워야 하는데 입시 위주 스트레스만 잔뜩 받다가 졸업한다는 것이다.
실제 통계상 10-30대의 경우 사망원인 1위는 자살이다. 10대 사망자중 자살이 차지하는 비중은 29.5%에 달하고 20대에서는 44.6%, 30대에서는 34.1%이다.
이밖에도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한국내 자살확산의 이유는 사회 복지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나라 40∼50대의 경우에도 첫번째 사망원인은 암이지만 자살은 두번째 사망원인인 데서 짐작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단순한 처방보다는 이제는 국가가 나서서 사회복지시스템 확대는 물론 취업과 진학은 물론 사회 각 분야에서 패자부활제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은영 전 웰다잉운동본부 본부장은 “기본적으로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사회복지 시스템이 갖춰지지 못한데다 젊은이들의 경우 한번 실패하면 제대로 다시 일어설 수 없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들로 인해 좌절감을 더 크게 느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무심코 던진 말이 죽음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고 배려하지 못하면 자살 문제는 계속해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지웅ㆍ하남현ㆍ백웅기 기자/goa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