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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T는 창조력이 생명…정부는 통제자 아닌 도우미 역할만”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인터뷰
일각선 IT컨트롤타워 역할론 제기

IT부서가 생기면 규제 뒤따라

정부 프로모션 타워役에 그쳐야



고졸자도 본인 노력만 하면

취업·대학교육 가능한

희망의 사다리 만들겠다



그가 요즘 달라졌다는 말을 듣는다. 국회에서 상당히 온순해진 이후에 생긴 일이다. 심지어 “의원님의 마음에 쏙 들도록 해보겠습니다”는 답변도 한다. 하지만 장관이 됐으니 국회의원 응대 테크닉이 생겼을 뿐, 본질은 정면 돌파형 그대로다. 덕분에 ‘최틀러’에 ‘까칠중경’이란 별칭이 더 생겼다.

그가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여전히 끊임없이 화제를 낳고 있다. 정유사 기름 값 인하 유도, MRO 문제를 비롯한 대기업들의 동반 성장 협력에 이르기까지 말 한 마디가 모두 이슈다.

명동의 포스트타워에서 만난 최중경 장관은 누구보다 진솔하게 자신의 경제철학과 현안 문제에 대한 시각을 털어놨다.

최근 ‘구글 쇼크’ 이후 일각에서 일고 있는 정부의 IT 컨트롤타워 역할론에 대해서는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며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또 대기업 CEO의 고연봉 논란에 대해선 “과도한 대기업 CEO의 연봉이야말로 시장 원칙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다시 한 번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 최근 고졸자들에게 대학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QWL(Quality of Working Life)에 대해선 “고아로 태어나더라도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에게 희망의 사다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최근 ‘구글 쇼크’ 이후 정부의 ‘IT 컨트롤타워 역할론’이 제기되는데.

▶IT 컨트롤타워라는 말이 제일 문제다. IT 컨트롤타워 자체가 있으면 안 되는 것이다. IT란 무한한 창조력으로 시장에서 팔릴 만한 상품과 기술을 찾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IT 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미분방정식 푸는 사람들 앞에서 연립방정식 푸는 사람이 강의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1차 연립방정식이나 푸는 관료가 미분방정식 푸는 사람들한테 뭐를 할 수 있겠나.

결국 정통부가 없어져서 IT산업이 이 모양이라는 주장은 말 자체가 틀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프로모션 타워 정도의 역할에 그쳐야 한다.

IT 분야에서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을 찾는다면 인력 양성이 잘되고 있는지, 또 혹시 생태계가 왜곡돼 있지 않은지 감시하는 것이다. 즉 IT산업이라는 생태계의 교란 요인을 찾아보는 게 정부가 할 일이다.

IT부서가 생기고 이를 맡는 관료가 있으면 규제를 하게 돼 있다. 예전 재경원 시절 산하기관에 업무를 위임해준 일이 있었다. 그랬더니 관련 업종에서 종사하는 친구가 왜 이 같은 일을 해줬냐며 내게 항의했다. 왜 그런가 알아보니 재경원에서 맡을 때는 사무관 혼자서 했는데, 이제는 산하기관 직원 40명이 같은 업무를 담당한다고 했다. 관료의 숫자를 늘려놓으면 무언가에 관여하려고 나서게 마련이다.

-최 장관님 취임 이후 정유사의 기름 값 인하를 비롯한 다양한 화제를 몰고 왔다. 장관님 말씀 중 CEO들의 월급을 낮춰야 한다는 발언은 이후에 별다른 메아리가 없다. 그 말을 했던 배경은 무엇인가.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헤럴드경제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IT부서가 생기고 이를 맡는 관료가 있으면 규제를 하게 돼 있다”며 “IT 컨트롤타워 자체가 있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주변의 얘기를 들었는데 임원이었던 남편이 퇴직한 뒤 아들이 요즘 취직을 하려고 애쓰고 있으나 별다른 성과가 없는 모양이다. 매일 밤 아들 얼굴 보기가 안쓰럽다는 얘기였다. ‘이들에게 희망을 좀 줘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취임 이후 기름 값 인하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발언을 던졌다. 일부는 반응이 있기도 하고, 일부는 없기도 하다. 대기업 CEO 월급을 낮추자는 주장은 엄청난 비판을 받았다. 인터넷을 보니 많은 이가 임원 봉급을 깎아 신입사원 채용을 늘리자는 주장에 대해 ‘시장질서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인터넷에 보니 ‘장관, 당신 월급이나 깎아라’는 표현도 많았다. 일부 CEO가 200억원의 연봉을 받고 이게 시장에서 통하려면 다른 기업으로 옮겨서도 같은 액수의 연봉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지 않느냐. 이것은 결국 시장에 맞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미국발 재정위기가 국내 수출입에 어떤 영향을 미치겠는가. 8월 실적도 무역 흑자가 급감해서 우려가 많다.

▶현재의 금융 불안이 실물경제로 전이돼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수입 수요 감소로 인해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2008년에 비해 크지 않을 것이다. 무역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불안 요인을 모니터링해 수출 애로 요인을 최소화하고, 신흥 시장 공략 강화 등을 중점 추진해 올해 중 무역 1조달러 달성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전기요금 인상을 억누르고 있는 상황은 이해된다. 하지만 동시에 한전의 입장에서 보면 경영 적자 누적이라는 문제점이 있다. 결국 ‘김쌍수 쇼크’가 발생했다. 이에 대한 입장은.

▶2조원대의 소송을 당한 김쌍수 사장 입장을 이해한다. 깜짝 놀랐을 것이다. 무게를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정부의 입장은 물가가 치솟을 때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동결시킨다는 방향이다. 사실 동결보다는 조금 유연하게 하는 것이 맞다. 그 해의 인플레 타깃(목표)이 있으면 인플레 타깃보다 조금 뺀 정도씩은 해주는 게 맞지 않나 생각된다. 정부가 물가를 너무 억누르다 보니 ‘김쌍수 쇼크’가 온 거다.

정부가 인플레 타깃 마이너스 알파 정도(물가목표보다 조금 낮은 수준)는 올려주는 관행이 생기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적자가 너무 쌓여서 소송을 당하는 일은 없지 않겠나. 전기의 원가 보상률이 86%인 상황에서 이번 8월 1일 전기 값 4.9% 인상을 통해 원가 보상률이 91%에 그쳤다. 에너지 과소비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전기 값 동결보다는 인플레 타깃 마이너스 알파 정도는 허용하는 게 맞다.

-대안주유소를 하겠다고 했는데, 최종적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알뜰주유소’로 바뀐 배경과 유가 문제의 해법은 어떻게 되나.

▶우리가 처음 얘기했던 것은 대안주유소였다. 이게 영어로는 얼터니티브(alternative)인데 그런 이름을 쓰니 저쪽 동네로 옮겨간다는 느낌이 있다. 대안이라고 하니 저 멀리 뚝 떨어져 있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이름을 바꿔 ‘알뜰주유소’로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알뜰형 콘셉트에 맞추려면 휴지도 사은품으로 주지 말고, 자가폴로 전환하는 방식 등이 있을 수 있다. 기존 주유소도 콘셉트만 바꾸면 알뜰주유소로 전환할 수 있다.

또 올 하반기에는 석유 유통 구조의 근본적인 개선을 이끌어내 유가가 안정화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 석유 가격 결정 과정의 투명성 향상을 위해 연말에는 석유제품 전자상거래를 한국거래소에 개설할 계획이다. 또 정유 4사 중심의 생산ㆍ유통 체계에 경쟁을 불어넣기 위해 자가폴 주유소 육성 및 수입업 활성화도 추진하겠다.

-최근 공생 발전 논의 가운데 가장 성과를 보이는 것 중 하나가 고졸 취업이다. 주로 마이스터고에서 취업을 많이 할 텐데 문제는 취업 이후라는 생각이 든다. 예전 상고 출신들이 은행에서 더럽고 치사해서 야간대학이라도 다니겠다는 말들이 많았다. 즉 상고 출신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이 있다는 말이다.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이 성공할 것으로 보는가.

▶금융이야말로 안면장사다. 예전에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은행 합병을 연구한 적이 있다. 그들에게 인력 구조조정을 어떤 기준으로 하는지 물었다. 대답이 의외였다. 나이가 젊은 순으로 구조조정을 한다는 것이었다. 금융업은 네트워크 안면장사인데 갓 들어온 젊은 사원들은 그런 능력이 없다고 대답했다.

마찬가지로 행원 때는 모르는데 지점장 정도 올라가면 고졸자와 대졸자 간에 명확하게 차이가 난다. 대졸자는 주변 친구 중에 대기업 이사도 있고 하다 보니 영업하는 데에 있어서 고졸자보다 훨씬 유리하다.

하지만 기술은 좀 다르다고 본다. 본인이 기술을 쌓으면 존중을 안 해줄 수 없다.

-최근에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QWL이 ‘최중경표 정책’이라고 설명되고 있다. 이에 대해 설명해 달라.

▶방금 얘기했던 고졸자 취업 문제와도 연관이 된다. 핵심은 고아로 태어나도 본인이 노력만 하면 일자리를 갖고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희망의 사다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70% 무상보육-초ㆍ중등 의무교육-고등학교는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장학금-선취업 후진학을 통한 QWL 캠퍼스 대학과정-일하면서 공부하고, 캠퍼스를 문화생활하는 복합 공간으로 재창조하자는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의 협조로 학생 신분을 유지하려면 한 학기 몇 학점 들어야 하는 부분을 완화했다. 여유 있게 학점을 따도록 했다. 여러 대학이 들어와서 자신 있는 학과를 만들도록 해 여러 대학이 다 들어올 수 있다.

-인기가 좋은 것 같다.

▶지난여름 휴가 때 김해에 있는 신발가게에 들렀을 때 일이다. 가게 아주머니가 나를 유심히 살펴보더니 물어봤다. “지식경제부 장관과 닮았다는 얘기 듣지 않아요?” 그래서 내가 “네. 제가 그 사람입니다”라고 했다. 가게 주인은 역시나 그렇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것 봐. 정말 많이 닮았어요.”

어쨌거나 기름 값 때문인 것 같다. 운전하는 사람들에게 ℓ당 100원이면 얼추 하루에 자장면 값 벌어준 거 아닌가. 사람들이 얼굴을 잘 기억하는 것 같다.

정리=박지웅 기자/goa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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