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악재에 따른 실물경기 둔화는 피할 수 없겠지만, 국내 금융시장의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은 외환부문에서 시작됐다. 외국인 자금이 급속히 빠져나가자 과도한 단기외채와 자산ㆍ부채간 만기 불일치 문제가 불거지면서 금융시장을 뒤흔들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국내 금융시장은 괜찮은 상황일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지금은 대외충격에 대한 금융권의 저항력이 그당시와 비교해 훨씬 높아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14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기간 중 그리스의 디폴트 우려가 최고조에 달하면서 국가 부도 위험 수준을 나타내는 한국 CDS(신용디폴트스와프)도 1년 4개월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하나ㆍ국민ㆍ신한ㆍ우리ㆍ기업ㆍ산업ㆍ수출입은행 등 주요 7개 은행의 CDS 프리미엄 평균은 182bp로 추석연휴 전 158bp에 비해 무려 24bp 폭등했다. 그만큼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졌다는 얘기다.
현재 은행들의 위기 대응 능력은 3년 전에 비해 현저히 좋아진 상태다. 한국투자증권이 조선회사의 사업보고서를 토대로 추정해본 결과 은행들이 조선사와 약정한 선물 달러 매입ㆍ원화 매도 계약 잔액은 지난 2008년 9월말 930억달러에서 올 6월말 기준 660억달러로 270억달러 감소했다.
이와함께 이 거래를 헤지하기 위한 은행들의 외화차입도 감소해 2008년 9월말 1594억달러에 달하던 은행의 단기외채가 올 6월말 1161억달러로 축소됐다. 이에 따라 은행들의 외화 자산 만기 불일치 문제도 완화됐다.
3년 전 리먼사태로 원화가치가 폭락한 것은 당시 1900억달러에 달하던 단기외채에 비해 외환보유액(2400억달러)이 충분하지 않다는 시장의 우려 때문이었다. 특히 미국의 공기업인 프래디맥과 패니매가 발행한 채권이 500억달러 이상 포함돼 있어 실제 가용 외환보유액은 단기외채를 웃돌 것이라는 의심이 컸다.
전민규 한투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한국이 보유한 외환보유액은 단기외채보다 두배 이상 많기 때문에 국제 금융시장이 일시적으로 신용경색에 빠지더라도 큰 충격을 받진 않을 것”이라며 “최근 유럽사태가 악화되고 있음에도 외환시장이 안정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개선된 외화 안전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현재(6월말 기준) 우리나라의 단기외채는 1497억달러이고, 외환보유액(8월말 기준)은 3122억달러에 달한다.
<신창훈 기자 @1chun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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