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골퍼들은 프로들이 백스핀을 먹여 홀컵에 붙이는 기가 막힌 샷을 할 때마다 환호성이 터져나오고, 거리가 먼 퍼팅이 홀컵에 들어가면 마치 자신이 퍼팅을 성공시킨 듯 박수를 치고 주먹을 흔든다. 요컨대 프로들이 잘 치고 버디가 터져나와야 경기를 보는 재미가 있고, 신이 난다는 얘기다.
그런데 가끔 우리나라 골프장들이 착각을 하는 경우가 있다. 프로들이 힘들고 어려워하는 골프장을 좋은 골프장이라고 여긴다는 것이다. 프로대회를 하면 우리 골프장에서 스코어가 잘 안나와야 된다는 생각 때문에 대회 코스를 너무 어렵게 세팅해버린다. 필요 이상으로 러프를 길게 하고, 페어웨이를 좁게 만들어 마치 어떻게 해서든 프로들을 골탕 먹이려고 만들어 놓은 것 같다는 느낌을 준다. 물론 변별력 있는 코스 세팅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정해진 지점을 벗어 났을 때, 그에 대한 대가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우선적으로 경기 운영이 원활하게 되고, 대회를 더 흥미있게 만들어야 한다. 그건 버디가 많이 나오고, 선수들이 잘 칠 때 가능하다.
한 골프 관계자는 스코어가 잘 안나와야 좋은 골프장이라는 정서 때문에 선수들이 탄식하고 맥이 풀린 모습을 계속해서 봐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오히려 프로들의 스코어가 잘 안 나오면 경기를 보는 재미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주변에서 늘 볼 수 있는 보기, 더블 보기를 프로들의 경기에서 보고 있자니 한심하고 답답할 뿐이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경기 내용에서 아마추어들이 배울 것이 없다는 점이다.
해외 메이저 대회는 다른 대회와 비교해서 코스가 길고 어렵기로 유명하다. 그만큼 코스 관리를 위해 대회 전에 한달 이상을 일반인들에게 코스를 개방하지 않는 정성을 들이기도 한다. 무작정 코스를 어렵게 하는 것과는 다르다. 필요 이상으로 코스가 어렵게 세팅이 된다면, 오히려 공들인 대회의 흥행과 성공은 보장될 수 없다. 프로들이 즐겁게 칠 수 있는 코스 세팅이 만들어져야 골프가 더 인기를 끌고 많은 갤러리를 모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