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회원님 중 멋진 남자로 통하는 분이 계셨습니다. 캐디들에게도 인기 순위에서 항상 상위그룹에 속하셨고요. 동반 플레이어에게도 언제나 유쾌하고 점수 높은 파트너였습니다. 그 분은 그 당시 꽤 유명한 굴지의 맥주회사 사장님이셨습니다.
어쨌든 그 분을 대변하는 말은 ‘남자’였습니다. 성별로서의 의미를 떠난 ‘남자’를 보여 주신 분이었습니다. 그 분의 가족 구성, 그리고 가족에 대한 태도에 대해, 막연히 궁금증이 많을 즈음 처음으로 여성 동반자를 두분 대동하고 오셨습니다. 그 분을 닮은 붕어빵 따님, 그리고 수수함이 참 잘 어울리는 40대 중반의 다소곳한 여성. 아마도 사모님이라는 것을 분위기로 봐서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 사장님! 이렇게 세 분의 라운딩이 시작됐습니다.
첫 홀부터 골프에는 크게 관심이 없으신지 붕어빵 따님과 장난을 많이 치셨습니다. 그러다 부인이 조금이라도 잘 치시면 “아이 가시나야, 니 와그래 잘치노? 진짜 멋지데이” “나이스. 와, 잘친데이” 그러시면서 박수를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좀 과장이 심하셨지만 사모님의 표정을 보아하니 사모님은 이미 적응이 많이 된 듯 했습니다.
그 회원님은 그 당시 저희 클럽 대표일 만큼 골프를 잘 치셨는데도 불구하고 사모님과 따님에게 어떠한 골프 테크닉 교육과 퍼팅 라인 교육도 하지 않았습니다. 샷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고 순서가 되면 치시고 또한 그 넓은 필드를 따님과 달리기도 하시고 따님과 열매를 따러 가시기도 하시면서 참으로 독특한 라운딩을 하셨습니다. 그런 장난꾸러기 같은 분위기로 마냥 필드를 누비시는 회원님과 따님을 흡족히 바라보시면서 묵묵히 골프를 치시는 사모님 또한 참 사랑을 많이 받으시는 분이라고 느껴졌습니다. 그날 라운딩을 통해 그 분에 대한 이미지는 남자에서 훈장 두 개 더 드리기로 했습니다. 아빠, 그리고 남편!
보통 ‘아내와의 라운딩’ 하면 ‘골프와 운전은 절대 남편한테 배우면 안된다’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대부분 다투면서 끝내는 경우를 많이 봐 왔습니다. 아내의 스코어와 폼, 그리고 미스 샷에 대한 분석에 집착을 하시다보니 울면서 라운딩을 포기하시는 사모님을 본 적도 있습니다. 라운드 하는 날 만큼은 남편이 아니라, 멋진 선배 골프 동반자가 돼 주시길 바랍니다.
<쎄듀골프서비스연구소 사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