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폴 마로타 BNY멜런 아태영업본부장
“리먼 사태 이후 글로벌 투자자들은 한국과 같이 금융위기에 크게 흔들리지 않은 나라들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커버드본드 발행에 활발히 나서고 있는 곳들은 모두 이런 나라들이다. 한국에서도 커버드본드 시장을 활성화하려면 지금이 기회가 될 것이다.” 존 폴 마로타<사진> BNY멜런 아ㆍ태지역 영업총괄본부장은 지난 1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커버드본드는 장기채의 일종으로, 담보 자산에서 우선적으로 변제받을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이다.
민간부문 대출이나 모기지 등을 담보로 발행되는 채권이라는 점에서는 자산유동화증권(ABS)과 비슷하지만 채무상환권과 담보권을 이중으로 인정받는 안정적인 구조인 데다 조달금리가 낮아 투자자와 발행자 모두에게 유리하다.
마로타 본부장은 “한국은 경제 성장률이 높고 실업률은 낮다. 탄탄한 경제를 기반으로 주택담보대출 시장도 매우 견실하고 안정적으로 형성돼 있다. 국외 투자자들은 한국 커버드본드에 투자하는 게 안전하다고 보고 있으며, 관심도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7월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커버드본드를 발행했을 때 5억달러 모집에 15억달러가 몰렸다. 당시 커버드본드의 신용등급은 국제 평가사 무디스 기준 ‘AAA’ 등급으로, 한국 국가 신용등급보다 높았다. 기존 국가 등급에 담보가 주어지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가능하다.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강제할 수 있는 보호막이 없는 만큼 발행금리가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는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의 커버드본드에 관심이 많지만 법제화가 안 될 경우 활성화는 어렵다고 본다. 모범 규준만으로는 이중 청구권 행사와 관련해 안정성이 떨어져 지금처럼 은행 등 금융기관이 아닌 주택금융공사를 통해 발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가계 부채 연착륙 종합 대책의 하나로 은행의 장기 재원 조달 방안 중 커버드본드 활용을 제안했다. ‘은행의 커버드본드 발행 모범 규준’이라는 가이드라인은 제시했지만 법제화는 아직이다. 호주가 오는 11월에 커버드본드 관련 법제화가 마무리될 예정이며, 미국에서도 법제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안상미 기자/hu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