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님 말씀이다. “알지 못하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도 병이다(不知不知病矣).”
모르는 데 투자하는 건 정말 위험하다. 유로라는 ‘돌연변이 괴물’은 세계 경제 전체를 통째로 삼키려 들고 있는데, 앞이 안 보인다. 독일과 프랑스 정상이 그리스 지원에 합의를 했다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그 다음 이탈리아는 어떻게 할지는 아직 두고봐야 한다. 상황은 급박한데 서울에 앉아서는 어떻게 해결이 날지 예측이 어렵다.
그리스, 이탈리아가 이달은 일단 넘길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다음이 또 문제다. 돈을 빌려준다 해도 최근 GDP 성장률과 글로벌 경기상황을 보면 자체적으로 갚은 능력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일반 기업이야 채무 재조정, 출자전환, 경영진 교체, 구조조정 등의 단계를 겪으면 회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가는 돈을 더 대줄 수는 있어도 전쟁을 치르지 않고서는 정치권력을 외부에서 마음대로 바꾸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유로존 GDP 대비 경제규모가 그리스는 2%, 이탈리아 약 10%다. 그리스 하나라면 감당할 만하지만, 이탈리아는 급이 다르다. 아일랜드와 동유럽 등은 물론이고 유럽권 금융기관에 치명타를 가할 정도다.
중국 등 신흥국이 구원투수로 거론되지만, 달리 보면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 자체적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상황임을 자인하는 셈이다. 설령 신흥국이 구원 역할을 맡더라도 단번에 사태를 해결할 정도로 충분한 규모가 될지는 또다른 불확실성이다.
이번 사태가 충격 없이 끝날 확률은 없어 보인다. 주가지수는 이제 겨우 고점 대비 30%가량 하락했다. 통화정책이라는 대응방안이 있을 때도 반토막났던 게 불과 3년 전이다. 반등할 수 있는 여지보다 떨어질 여지가 더 많이 보인다.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자라면 있는 주식 다 팔아도 후회하지 않을 국면이다. 지난 2년간 증시에 걸린 판돈이 워낙 큰 탓에 쉽게 패를 덮지 못하고 있지만, 히든카드가 점차 다가오고 있다. 족보를 잡지 못하면 판돈을 다 날릴 판이다.
이제 생존게임(surnival game)을 준비해야 한다. 혹한의 추위에서도 생존할 기업으로 투자 초점을 맞출 때다. 주식을 현금으로 바꿔 한 차례 시장이 크게 하락해 기업의 생존가치가 드러날 때 저가매수하는 전략이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방법이다.
그래도 주식을 일부 가져가려면 인버스 상품으로 하락장에서의 방어력을 높여야 한다. 투기적으로 크게 베팅하지 않는다면 일부 풋옵션을 매수하는 길도 있다. 시장중립 전략이다. 채권시장에서도 장기금리 하락 여지가 있는 만큼 절대수익(α) 기회는 있다. 아울러 지금까지 경제위기는 거의 모두가 다 통화위기였던 점을 상기하면 금(金)에 대한 매수(long) 포지션도 필요해 보인다.
<글로벌증권부 차장 @TrueMoney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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