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전국적으로 일어난 초유의 정전사태와 관련해 전력거래소가 전력위기 대응 매뉴얼과는 무관하게 지역별 순환정전(단전) 조치 판단을 내린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의 전력수요에 대한 안일한 판단에 대한 비판과 함께 매뉴얼에 따른 체계적인 대처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15일 “(전력위기가) 워낙 다급한 상황이었기에 전력거래소가 (한국전력에 요청해서) 순환정전을 실시하고는 우리 쪽에 나중에 보고했다”고 말했다. 지경부가 파악한 바로는 이날 오전 양수발전소를 최대한 가동하면서 전력공급능력을 400만㎾ 가량 끌어올렸으나 전력 수요가 가장 많은 오후 3시에 근접하면서 양수발전량이 고갈됐다. 이로 인해 오후 3시 현재 순간 전력피크에 맞물린 예비전력이 148만9000㎾까지 떨어지는 아찔한 순간을 맞았다.
전력거래소는 30분 앞선 2시30분께 지경부에 전력 수급상황이 좋지않다고 보고했으나 ‘전력수급대책본부’(본부장 정재훈 지경부 에너지자원실장)의 의사결정을 통해 단전 등 특단의 조치는 가능한 한 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냈다. 하지만 전력거래소는 전력피크가 급속도로 닥치면서 30분 뒤 상황이 급변했기에 결국 순환정전이라는 강수를 둔 뒤 사후 보고하는 수순을 밟았다는 것이다.
이는 특히 전력위기 대응 매뉴얼 상으로는 예비력이 100만㎾ 미만인 ‘심각’(레드) 단계에 들어갔을 때 가능한 조치여서 일부에서는 ‘과잉 대응’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계단 아래의 위기 단계(‘경계’. 100만-200만㎾)에서, 그것도 전력수급대책본부의 결의라는 형식을 빌리지 않은 채 단전을 실행한 셈이 됐다.
김도균 지경부 전력산업과장은 이에 대해 “지경부와 협의하게 돼있는 매뉴얼을 딱(정확하게) 지킨 것은 아니지만 (전력이) 모자라는 상황이 발생한 후에 조치하게 되면 대정전이 올 수 있다고 보고 그렇게 판단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오후 3시 이후 예비전력이 줄어드는 속도가 빨랐다”면서 “100만㎾ 아래로 떨어진 뒤 (단전) 조치를 시작하면 해당 조치가 작동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전에 발동하는게 옳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지경부는 이와 관련, 정전 조치 1순위인 일반주택, 저층아파트, 서비스업, 소규모 상업용 상가 용의 경우 심각 단계에서 예고없이 단전 조치를 할 수 있도록 돼있는 매뉴얼을 손보기로 했다. 언론 노출이나 재난 문자 서비스 등을 통해 단전을 예고한 뒤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비판 때문이다. 지경부는 이 뿐 아니라 이번 초유의 정전사태에 따라 개선해야 할 점을 점검한 뒤 매뉴얼을 새롭게 정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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