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위기·日지진수혜 소멸
종목별 주가 차별화 전망도
대표적인 경기 민감 업종인 조선, 해운, 상사 관련 주식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올 4분기와 내년 세계 경기가 예측보다 더 둔화할 것이란 전망이 속속 나오면서 업황 부진 우려감이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 보고서는 대개 “중장기적으로 나쁘지 않다”며 낙폭과대에 따른 비중 확대를 제시하고 있지만 투자심리는 이미 얼어붙었다. 조선주 가격은 이달 반등장세에 더 떨어졌다. 지금은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야 할 때다.
조선주 3인방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주가수익률(PER)은 6배 정도로 떨어졌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엔 4배 수준이었다. 발주 취소와 연기가 잇따랐던 당시와 달리, 지금은 드릴십과 FPSO(부유식 원유 생산 저장설비) 등 해양자원 개발(offshore) 위주로 발주가 꾸준해 2008년 수준까지 하락하진 않을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하반기 실적은 전통 비수기인 7~8월, 11~1월이 포함돼 부진이 예상된다. 내년부터 LNG 신규 발주는 일본 지진 수혜가 소멸돼 올해의 70% 선인 연 30척으로 감소가 예상되는 등 전망이 더 어둡다.
유로존에 드리운 그늘이 더욱 짙어진다면 조선, 해운, 상사 주식은 앞으로 실적 차별화와 주가 차별화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은 경기에 더 민감한 상선과 벌크선의 매출 비중이 높고, 저가 수주의 개연성이 있는 기업 중심으로 이익이 악화될 소지가 있다.
올 상반기 3사의 영업이익률은 현대중공업(13.5%), 삼성중공업(10.0%), 대우조선해양(9.8%) 순이다. 내년에는 각각 11%와 7%대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중공업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이유는 기계 등 비조선 부문으로 사업구조가 다변화돼 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수주 성과가 돋보였던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수주 실적이 이익에 반영되는 시기는 오는 2013년부터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내년은 녹록지 않을 것이다. 선주들은 2~3년 앞을 내다보고 발주하는데, 글로벌 경기가 악화된다면 발주 시기를 조절하는 등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 아직 그런 징후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경기 전망이 나빠서 조심스럽게 지켜보는 단계”라고 말했다.
수출입 교역이 줄어들면 상사주는 타격을 받지만, 역시 종목에 따른 주가 차별화가 펼쳐질 수 있다. 각 사의 사업별 비중을 보면 LG상사가 자원 개발이 높고 무역 의존도가 낮아 가장 양호하다. 올 상반기 철강, 기계, 화학, 전자정보통신 등의 무역 매출 비중은 LG상사(75%), 대우인터내셔널(93%), 현대상사(99%), GS글로벌(92%) 등이다. GS글로벌과 대우인터내셔널은 특히 철강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철강 수요와 가격에 더 민감하다. GS글로벌은 지난해 인수한 플랜트 자회사 DKT 리스크가 상당 기간 계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GS글로벌은 지난 1일 이사회에서 DKT 자본 확충계획에 따라 505억원(69.56%) 규모로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했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