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사상 최고가인 2043.76원까지 올랐던 서울지역 보통휘발유 평균가격이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의 ’서울 기름값 분석’ 발언 등으로 15일 2036.41원, 16일 2036.56원(오전 9시현재)으로 잠시 주춤하는 모습이다.
이런 가격 등락에 SK직영주유소들이 결정적인 키를 쥐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주목된다. 소비자시민모임(소시모)은 지난 14일 기름값 분석자료를 발표하면서 서울 지역 주유소 가격을 과도하게 책정한 주유소 17곳 중 16곳이 SK에너지 주유소이며, 이 중 14곳이 직영주유소라고 밝혔다. 이들이 가격인상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8월24일 부터 9월14일까지 가장 비싼 서울지역 주유소 상위 10개소는 SK 주유소였다. 지난 3, 4월까지는 GS폴 주유소가 가끔 이름을 올렸으나 최근에는 SK 주유소가 상위권을 독식하고 있었다. 16일 오전 9시 오피넷 기준 휘발유 값 상위 20개 주유소 중 13곳도 SK에너지 주유소다.
SK네트웍스 측은 이에 대해 “강남구 등의 중심상권 지역에 타사보다 특히 SK 주유소가 많아 시각적으로 서울지역 최고가 주유소가 많아 보이는 것”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강남구 49개 중 23개, 영등포구 43개 중 19개 주유소가 SK에너지 주유소다.
소시모는 “SK에너지가 대리점을 통해 주유소에 공급하느라 유통단계가 한 단계 더 있어 일반 자영주유소의 가격도 다른 정유사 가격보다 비싸다”고 밝혔다. 그러나 SK 측은 “주유소 운영자들의 자율적 가격책정일 뿐이고 마케팅 비용, 높은 땅값, 인건비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 것”이라며 일축했다.
반대로, 이들 직영주유소의 막강한 가격 결정력 덕분에 이들이 가격을 내리면 평균 가격이 떨어지는 효과도 기대된다. 실제로 이번주 초 까지 최고가 주유소 상위 10위를 휩쓸던 SK직영 주유소는 16일 현재는 10위권에 단 한곳(여의도주유소)만 남아 있다. 때문에 최 장관 발언 직후 SK직영주유소들이 가격을 잇달아 인하한 덕분에(?) 기름값 급상승세가 꺽인 게 아니겠느냐 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다만, 기름값 100원 인하가 끝난 7월 이후 정유사 평균 공급 판매가격에서 70원 이상의 차이를 보이지 않는데도 왜 판매에 있어서 유독 SK에너지 주유소들이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는지 소비자들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문영규 기자 @morningfr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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