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 ‘성범죄’ 직권조사 배경·의미
경중불문 조회결과 공개학생지도 활동 즉시 배제
일부선 “너무 강제적 아닌가”
5일 교육과학기술부가 해당자가 동의하지 않아 조회를 못한 교육기관(유치원, 학교, 학원 등) 종사자 1만7891명에 대해 직권으로 성범죄 경력 전수조사를 실시하기로 한 것은 영화 ‘도가니’의 모델이 됐던 광주 인화학교 사건의 재발을 막고 교원 성범죄를 예방하는 한편, 국민의 뜻에 따라 향후 성범죄 경력자를 교단에서 퇴출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교과부는 교사 성범죄 전과 조회에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난 3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김유정 의원(민주당)이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31일 현재 교과부 산하 각급 학교 교원 58만6000명 중 성범죄 전과 조회율은 80.7%(47만3000명)로 ▷유치원(96.7%) ▷학원ㆍ교습소(90%) ▷과학관(99.5%) 등 교과부 소관 다른 시설보다 낮았다.
부처별로도 교과부 소관 아동ㆍ청소년 이용시설 종사자에 대한 성범죄 전과 조회율은 85.2%로 ▷국토해양부 98.1% ▷보건복지부 99.5% ▷여성가족부 90.3% 등에 못 미쳤다. 지난 7년간 각종 성범죄로 징계를 받고 학교로 복귀한 교원이 82명이나 됐지만, 그나마 이들은 조회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오승걸 교과부 학교문화과장은 “조회 결과를 즉각 공개하는 한편, 성범죄 관련 혐의자에 대해서는 사안의 경중을 불문하고 모든 교육 및 학생 지도활동에서 즉시 배제하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교과부는 벌금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현재는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 교원 임용 결격 및 당연퇴직 사유에 추가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교육공무원법 개정안(한나라당 주광덕 의원 발의)이 올해 안에 국회에서 통과되도록 힘쓸 방침이다.
그러나 인사권자가 초ㆍ중등학교의 경우 교육감, 학원의 경우 학원장이어서 교육계 일부에서는 조치의 실효성을 우려하고 있다. 교원단체들도 “이번 조사의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합리적인 절차와 기준에 따라 시행돼야 하는데 너무 강제적으로 시행되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임용 과정에서 철저한 신원 조회를 거친 교직원들에 대해 다시 전수조사를 한다는 것은 이중, 삼중의 조사다. 결국 모든 교육자를 잠재적 성범죄자로 보는 인식이 확산돼 교사들의 사기가 떨어질 우려가 있다”며 “물론 성범죄 등 교단 배척 사유에 대해서는 단호한 처벌이 필요하고 옥석가리기는 해야겠지만 그 절차와 과정을 법에 따라 밟아가야 선의의 피해자를 예방할 수 있다”고 평했다.
임정훈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지난 4~5월 실시된 경력 조사 과정에서도 일선 학교에서는 동의 없이 반강제적으로 시행된 곳들이 있는 등 이미 문제가 있었다”며 “법적으로 직권 조사는 가능하다고 하니 법률에 따른 합리적인 절차와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인권 존중, 교권 존중에 대한 당국의 고민과 신중한 판단이 아쉽다”고 말했다.
신상윤ㆍ김재현 기자/k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