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티박스> 캐디의 서글픈 눈물 <下>
두 분이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는 잠깐 주춤한 후

“아니예요, 어떻게 그런 말을 왜 하겠어요?”

“그런데 분명히 그 친구는 제게 그런 말을 했습니다.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사모님, 이 골프장의 캐디는 80%이상이 대졸자들이고, 3차에 걸친 면접을 통과한 사람들입니다. 저는 사모님을 믿겠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가 뭔가 착오를 한 것 같으니 오해를 풀도록 하겠습니다.”

이 말을 하는 동안 제 손에 들려 있는 노트와 제 몸이 부들부들 떨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고 그 기운을 한 사모님이 감지했습니다. 어떤 연유인지 태도가 많이 누그러졌더군요. 그 사이 남성 분들이 계산을 끝내고 나오셨습니다. 그 중 한 분이

“여긴 또 뭐냐구. 도대체 이 골프장 왜 이래? 여기저기 잔말이 그렇게 많아?”
옆에서 담배를 피우시던 손님들도 눈이 휘둥그레 쳐다볼 정도로 아주 큰 목소리였습니다. 그 남성 분의 사모님이 갑자기 힘을 얻으셨는지 다시 그 이상한 눈빛으로 노려보시며 “아니 우리 보고 뭐, 아까 그 캐디한테 몸 파는 애들이라고 그랬다잖아요?

“뭐? 그건 우리끼리 농담한 건데 그리 예민하게 받아들여?”

저도 모르게 눈가에 눈물이 고였지만,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습니다.

“허어 참, 안 그랬다니까.”

갑자기 제 마음 속의 분노가 터져 나오기 일보직전이었습니다.

“김 대리! 지금 xx씨 데려와요. 빨리!”

옆에 있던 경기과 직원에게 지시를 내렸습니다.

이미 이들을 용서할 수 없었고, 제게 어떤 일이 발생해도 달게 받겠다는 각오까지 생겼습니다. 그때 슬금슬금 눈치를 보던 한 분이 그냥 빨리 가자고 재촉했고, 가자는 분위기로 변했습니다. 그리고는 걸음을 옮기는 겁니다.

“아니 그 친구한테 그런 거 아니야. 어쨌든 교육 많이 시켜!!“하고는 휑하니 떠났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의 힘든 얼굴을 보는 순간 참았던 눈물이 저도 모르게 흘렀습니다. 그 친구 역시 하염없이 눈물을…. 그 옆에 있었던 경기과 김대리. 이렇게 셋은 그냥 그렇게 한참 아무 말 없이 눈물로 그 아픔을 달랬던 것 같습니다.

매너리스트가 작성되어 제 책상에 올려진 것은 그날 오후 팀이 끝날 즈음이었습니다. 며칠이 지나 저희 그룹 대표님이 제게 전화를 주셨습니다. 그 일이 벌써 그룹 임원들까지 알게 된 일이었나 봅니다.

그 친구는 대학을 졸업하고 외식업체에서 캡틴으로 근무하다 저와의 상담 후 캐디를 선택하고 정말 캐디다운 캐디로 성장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한마디의 말이 은혜가 되기도하고 한마디의 말이 칼이 되어 사람을 죽이기도 한다는 속담. 가슴 절절이 느낀 하루였습니다.

<쎄듀골프서비스연구소 김영미 소장ㆍ전 마이다스밸리 골프장 총 지배인>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