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릿발 같았던 가을 전세대란의 기세도 한풀 꺾이는 것일까. 재건축과 리모델링을 앞둔 청실ㆍ우성아파트 1800여 가구 주민들의 이주수요로 강남발(發) 전세난의 불씨를 당겼던 대치동 지역에 전세물량이 넘쳐나고 있다. 대치동 대단지의 대명사 은마아파트의 경우 이젠 집주인들이 세를 놓기 어렵다는 고충을 털어놓는 지경이다.
불과 한두달 사이 분위기가 급반전되면서 서울 전역, 수도권으로까지 번졌던 전세난도 수그러들지 않을까하는 기대감도 형성되고 있다.
전세대란의 근본 원인은 폭증했던 수요에 비해 공급물량이 턱없이 부족한 수급 불균형이었다. 하지만 지금 대치동 일대 중개업소엔 전세물량이 넘쳐나고 있다.
M공인 관계자는 “물량이 없다는 건 이미 옛날얘기”라며 “이젠 전셋집을 골라가고도 남아도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대표적으로 총 4424가구 규모의 재건축 아파트 은마 단지의 물량이 시장에 많이 나와있다. 반면 전셋집을 찾는 이는 드문 상황이다. 이번달까지로 마무리되는 청실ㆍ우성아파트 등의 이주수요도 거의 소화 됐고, 학군수요도 자녀들의 시험기간인 탓에 잠잠해졌기 때문이다. 은마상가내 S공인 관계자는 “한동안은 물량이 나오기 무섭게 계약이 이뤄졌지만 지금은 물건만 쌓일뿐 찾는 사람이 없어 한가할 정도”라고 말했다.
전셋값도 많이 떨어졌다. 최근 강남권의 전세가 상승률 자체가 완만해진 가운데 은마 아파트는 한창때에비해 평균 6000~7000만원씩 가격이 빠졌다.
한달 전만 해도 101㎡, 115㎡ 아파트가 각각 4억5000만원, 5억5000만원까지도 계약됐지만 지금은 1층 물건의 경우 최고 1억원 이상 내려갔다.
W공인 관계자는 “계약금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잔금까지 다 치르고 나서 다시 방을 빼달라는 식으로 억지를 부리는 세입자까지 나타나 집주인과 마찰을 빚는 경우도 있다”며 “어영부영 시간 보내다 높은 가격에 세를 놓지 못했다고 푸념하는 일은 다반사고 세입자를 아예 못 구할 판”이라고 말했다.
D공인 관계자는 또 “최근 강남권 아파트의 매매가격이 많이 빠져도 은마는 높은 전세수요로 가격 영향을 덜 받았는데 이젠 하락세로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밝혔다.
전세난 자체가 수그러드는 조짐 아니냐는 조심스런 관측도 나왔다. 부동산정보업체 리얼투데이 양지영 리서치팀장은 “가을 이사철이 지나가면서 전세 수요자가 줄어들고 최근 매매시장이 활기를 띠는 영향을 받은 것으로 이제 시장에 남은 건 매수수요자들로 보인다”며 “전반적인 시황상 그래도 아직까지 전세난이 해갈됐다고 단정짓기는 어렵고 다른 지역의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웅기 기자/kgung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