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골퍼들중 상당수는 골프가 잘 안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클럽교체다. 드라이버나 퍼터, 아이언을 신제품으로 장착하면 몇타 정도는 금방 줄어들 것 같기 때문이다. 물론 몸에 안맞는 클럽이었다면 효과를 볼 수도 있기 때문에 수십만원에서 백만원 이상도 아낌없이 쏜다. 드라이버는 30만원에서 100만원, 아이언세트는 100만원에서 200만원을 호가하기 때문이다.
프로선수들의 경우 용품 후원을 받는 선수들이 많다. 이때문에 “선수들은 좋겠어. 비싸고 좋은 채를 제공받으니까 샷도 저절로 잘될거야”라는 근거없는 질시(?)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선수들이라고 매번 새 클럽으로 경기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손에 익은 클럽을 버리지 못해 절품된 클럽을 찾아 헤매기도 한다.
미국의 골프전문 잡지인 골프 다이제스트는 손때 묻은 고물(?) 클럽을 애지중지하고, 우승까지 차지한 선수들을 소개했다. 지금 싯가로 따지면 7000원에 불과한 골동품급 클럽은 물론, 웬만한 아마추어도 쓰지않는 구모델을 쓰는 선수들도 적지않다.
90년대를 풍미했던 마크 캘커베키아는 13년전에 나온 98년식 캘러웨이 스틸헤드 우드를 사용해 지난 8월 보잉 클래식 정상에 올랐다. 지금 가격으로는 5.97달러(약 7000원)에 불과한 클럽이다. 그냥 줘도 안쓸 이런 클럽도 캘커베키아의 손에서는 우승을 만들어내는 마법의 채가 된 셈이다.
마크 맥널티는 48년에 처음 발표된 타이틀리스트 불스아이 퍼터를 30년전에 구입해 아직도 쓰고 있다. 싯가 8000원(6.41달러). 장갑보다 싼 가격이지만 그는 이것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북아일랜드의 골프영웅 로리 매킬로이도 2006년형 타이틀리스트 906F2 페어웨이 우드(약 5만원)로 US오픈을 거머쥐었고, 스티브 스트리커도 메모리얼과 존디어 클래식 정상에 섰다. 지난 주 코오롱 한국오픈에 출전했던 독일의 산드라 갈은 2007년에 나온 캘러웨이 FT5 드라이버(현 싯가 3만8300원)를 사용하고 있으며, 올 KIA클래식에서 신지애를 누르고 우승했다.
올해만 챔피언스 투어 3승을 거둔 톰 레먼의 비밀병기는 2007년식 테일러메이드 r7 슈퍼쿼드 드라이버(약 6만9000원)였다. 올시즌 LPGA 6승을 거두고 있는 청야니의 아이언은 2009년식 아담스의 이데아 테크 a4(약 17만3000원)다.
남들이 비웃을 만큼 낡은 구식 클럽이라도 내 손에 잘 맞으면 그게 바로 최고의 클럽이다. 각 클럽 브랜드들의 홍보처럼, 새로나온 것이 무조건 최고의 제품이라고 맹신할 필요는 없다. 클럽은 가격이 아니라 골퍼와의 궁합이 가장 중요하다.
김성진 기자/withyj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