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 李대통령, 동포간담회
[워싱턴=양춘병 기자] 1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 도착한 이명박 대통령의 첫 공식 행선지는 워싱턴 시내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이었다. 이 대통령은 이곳에서 최정범 워싱턴 한인연합회 회장 등 각계 동포대표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동포 간담회를 가졌다.이 대통령이 동포간담회를 해외 방문 첫 일정으로 잡은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40여년 만에 부활해 내년 총선부터 시행되는 재외국민 투표권과 맞물려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워싱턴 DC 인근에는 17만명 이상의 동포가 거주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재외국민 투표권을 언급하며 “내년에 선거를 하는 데 나는 걱정되는 게 선거한다고 영남향우회, 호남향우회, 해병대전우회, 교우회 만들고 너무 하게 되면 현지에서 뭐라고 볼까”라며 “그런 선거 하시려면 한국가서 하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에서 너무 요란하게 하면 모국에도 도움되지 않고 여러분들이 살아가는 여기에도 도움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뉴욕 방문시에도 국내외 금융인들이 한자리에 모인 ‘글로벌 한인 금융인포럼’ 행사를 제쳐두고 뉴욕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 참석해 “내년부터 선거철이다”라며 올바른 투표권 행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재외동포 투표권은 윤상현 한나라당 의원이 최근 ‘반(反)국가적’ 재외동포의 투표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선거를 앞둔 여ㆍ야 정치권에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국회는 앞서 지난 2009년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19세 이상 영주권자’에게 대통령 선거 및 국회의원 총선거 비례대표 투표권을 부여하는 재외국민 투표법을 통과시켜 약 220만명에 달하는 재외선거권자가 내년 총선부터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민주당 등 야당에서 “사전 선거운동 아니냐” 며 대통령의 동포간담회 행보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러나 “정상회담 일정 등을 고려해 일정을 잡았을 뿐 (첫 공식 일정으로 잡은)특별한 이유가 없다” 면서 “대통령이 해외를 방문할 때 현지 동포를 찾아 격려하고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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