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ㆍ26 재보궐 선거 지원에 나선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서울에 이어 부산으로 출격했다. 낮은 자세로 다가가, 최근 한나라당에 냉랭해진 부산의 민심을 되돌리기 위한 시도다. 역시 한나라당의 절대 취약지인 서울 남서지역을 첫날 지원 장소로 잡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14일 오전 부산에 도착한 박 전 대표는 자성대 노인복지관과 동구 장애인작업장을 연이어 방문했다. 초량동의 한 빵집에 앉아 지나가는 시민과 담소를 나누는 파격적인 모습도 보여줬다. 전날 서울 구로구 이곳저곳을 찾을 때와 마찬가지로, 대규모 관중도 없었고 파란 옷을 입은 당직자도 손가락에 꼽을 만한 단촐한 행보였다.
박 전 대표를 수행하는 한 당직자는 이런 행보를 ‘리스닝(Listening) 투어’라는 말로 정의했다. “내 말을 하기 보다는, 할 말 많은 어려운 분들을 직접 찾아가 낮은 자세로 경청하는 새로운 선거 운동의 첫 시험무대”라는 것이다. 실제 박 전 대표는 7시간의 서울 구로구 유세 대부분을 말 하기 보다는 말을 듣는데 할애했다. 대규모 군중 앞에서 호소력 짖은 목소리로 공감을 자아냈던 예전의 ‘선거의 여왕’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모습이였다.
하지만 당 후보를 지원하는 대목에서는 결코 망설이지 않았다. 수시로 “우리 후보 아시죠”, “나 후보와 같이 듣고 고민하면서 더 좋은 정책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하며, 나경원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나 후보와 같은 배를 탔다는 점을 부각시킴으로써, 당 일각에서 나왔던 ‘소극적 지원’에 대한 우려를 단숨에 잠재운 순간이였다.
동시에 유력한 대권 주자로서 준비된 모습을 보여주는데도 힘을 쏟았다. 길거리에서, 사무실에서 박 전 대표를 만난 평범한 소시민들이 던진 일자리 창출과 보육 문제, 중소상공인 지원 등 다양한 질문에 대해 큰 틀의 정책 밑그림과 함께 그동안 해온 정책적 노력, 그리고 앞으로 주력할 사항 등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킨 셈이다.
이 같은 박 전 대표의 새로운 선거 운동 실험은 이번 재보궐 선거 기간 내내 계속될 전망이다. 박 전 대표는 일정 중 기자들에게 “많은 분을 뵙고 그분들의 어려움을 많이 들을 수 있어 보람 있었다”며 당분간 전국을 무대로 리스닝 투어를 계속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정권 당 사무총장은 “신뢰의 정치인으로 국민들에게 각인된 박 전 대표가 (낮은 자세로) 선거를 지원하는 것은 당의 후보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고 선거에도 실질적으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정호 기자@blankpress> 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