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후보는 지하철역에 이어 주말과 휴일에는 서울시민들이 많이 모이는 휴식처에서 선거운동을 이어갔다.
“기호 10번 박원순”을 외치는가 하면 여학생들과 사진을 함께 찍는 등 전날 볼 수 없었던 여유로움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박 후보는 “아직은 마음뿐”이라며 “(시민들에게) 마음이 잘 전달되지 않는 것 같아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가 악수를 청할 때 눈인사만 하고 휙휙 지나가는 시민들도 있었다. 그는 “악수까지 가는 게 쉽지 않다”며 “적극적으로 저에게 다가오시는 분들이 드물다”고 아쉬워했다.
‘정치 아마추어’ 박 후보가 대민(對民) 유세에서는 다소 취약한 모습을 보였지만 그의 선거 형식은 기발하다.
토론을 위한 유세차, 앞치마 선거운동복, 정책요리 메뉴판 등은 시민들의 눈길을 끌면서 기성 정치와 차별화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박 후보만의 전매특허다. 또 시끄러운 노래와 현란한 율동 대신 차분히 시민들과 서울시정 관련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유세 방식 역시 박 후보가 이번 선거운동에서 강점으로 내세우는 부분이다.
시민들 역시 이 같은 선거운동 방식에 상당히 공감하고 있다. 다소 어눌하고 미숙한 듯한 박 후보의 이미지에 호감을 느끼는 동시에, 기발한 발상으로 선거운동을 전개하는 데에 긍정적인 반응이다.
유세 현장을 지나가던 한 시민은 “박원순은 믿음이 간다. (세련된) 나경원은 왠지 신뢰가 안 간다”며 “유세 방식이 독특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박 후보 측은 앞으로의 선거전략을 ‘방어모드’에서 ‘공세모드’로 전환하기로 했다.
선거 초반 명확한 우위에서 혼전 양상으로 접어든 만큼 조금도 방심할 여유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가 14일 오전 서울 구로디지탈단지역에서 민주당 박영선 의원과 출근인사를 하고 있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
범야권 박원순 서울시장 단일후보 선거대책위원회는 16일 안국동 선거캠프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새로운 정치를 위해 흑색선전과 막말정치를 추방해야 한다”고 밝혔다.
선대위원장단은 “한나라당이 악랄한 네거티브 선거전을 펼치는 것은 박 후보와 새로운 정치에 대한 시민의 목소리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며 “시민을 우습게 알고 선거와 정치를 저질 싸움판으로 만들어 시민의 참여 열기에 찬물을 끼얹고 정치를 외면하게 하려는 저열한 음모를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 측은 학력위조 의혹을 제기한 나 후보의 안형환 대변인과 무소속 강용석 의원을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전날 고소한 데 이어 병역기피 의혹을 주장한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에 대한 법적 대응도 검토 중이다.
<양대근 기자@bigroot27> bigroo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