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박했던 일주일, 여당 요청에 백지화 선회
‘아들 명의로 내곡동 사저 이전->명의 변경->경호시설 축소->전면 백지화’
내곡동 사저 이전 계획과 관련, 청와대가 결국 백지화로 가닥을 잡았다.
청와대는 이날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사저 문제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리고, 여야 대표 및 5부 요인 초청 오찬 간담회 전후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대통령 사저를 둘러싼 논란과 공방은 일주일여만에 원점으로 돌아왔지만, 그 내막에는 최소 세 번의 우여곡절이 있었다.
처음 이 문제가 불거졌을 때만 해도 이 대통령은 미국으로 출국하는 날 명의 변경(아들 시형씨->이 대통령) 지시를 내렸고, 문제의 불씨는 곧 가라앉을 것으로 봤다. 청와대 측에서도 “신분이 노출되면 구입가가 올라갈 것을 염려한 것일 뿐, 편법 증여 등의 의도는 전혀 없었다” 면서 “매입 절차가 마무리된 이상 아들 명의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적극 해명했었다.
그러다 야권을 중심으로 경호시설 규모가 전직 대통령에 비해 지나치게 크다는 비판이 일자, 이번에는 경호시설 완공 후 여분의 땅이 생기면 이를 처분키로 미리 마음을 먹고 있었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 주 이 문제가 정치쟁점화하자 “매도자가 땅을 나눠팔지 않으려 해서 예산 범위에서 매입한 것으로, 애초부터 필요한 경호시설을 짓고 땅이 남으면 어떤 식으로든 처분할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13일 인터넷 정치풍자 토크쇼인 ‘나는 꼼수다’에 출연해 “청와대로부터 사저 경호시설 축소를 약속받았다”고 밝힌 데서도 이같은 정황을 읽을 수 있다.
홍 대표가 적어도 하루, 이틀 전에 이같은 언질을 받았다고 보면, 청와대는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 13일 이전에 이미경호시설 축소에 관한 입장을 당과 조율, 문제의 매듭을 지으려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이같은 신속 대응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아들 시형씨의 이자 미지급, 매입가격, 용도 변경 등을 둘러싼 의혹들이 끊임없이 제기되자, 청와대 참모들이 관련 내용을 순방 중인 이 대통령에게 긴급 보고하고 백지화 카드를 본격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이 대통령의 진심을 정확히 알려야한다는 일부 의견도 있었지만, 다수 참모들은 코 앞으로 다가온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원점 백지화(논현동 자택)가 될 지, 전면 백지화(제 3의 땅 물색)가 될 지 여부만 남았다” 면서 “사실 사저 문제와 관련해서는 냉정히 따져 억울한 점이 없지 않지만 선거를 코 앞에 두고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대통령이 순방기간 중에 결심한 듯 하다”고 말했다.
홍 대표가 지난 15일 충주 풍물시장을 방문해 “청와대 사저 논란도 당에서는 재검토를 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힌것과 관련, 청와대와의 사전 교감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사저 문제가 정치권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청와대 내부에서는 미국 방문의 최대 성과물인 ‘한미 FTA’ 이슈가 뒷전으로 밀려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청와대 관계자는 “협상 서명이후 4년 3개월 이상을 끌어온 양국간 FTA가 이번 미국 방문을 계기로 마무리단계로 접어들었는데도 정치권에서는 온통 사저 얘기 뿐” 이라며 “정치 공세와 국익이 혼재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양춘병 기자@madamr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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