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ㆍ54) 일본 총리가 18~19일 이틀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취임 50여일만에 지지율이 20%포인트 가까이(60%대->40%대)하락할 정도로 국내 정치적 기반이 취약한 노다에게 이번 방한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
그는 한국 방문에 앞서 “앞으로 100년을 바라보는 미래 지향의 논의를 적극적으로 하고 싶다”는 외교 수사를 동원했지만, 속내는 한ㆍ일 FTA 재추진을 통한 정치적 돌파구 마련에 있다는 게 외교가의 시각이다.
그가 취임 일성으로 “경제 정책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힐 정도로, 일본 경제는 좀처럼 부진의 늪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장기 침체와 고비용 문제, 성장 동력의 고갈 등 고질적 문제에다 지난 3월 발생한 동일본대지진의 여파가 장기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적극적으로 타개해내지 못할 경우 노다 역시 전임 총리들처럼 단명(短命) 전철을 되밟을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노다는 덩치가 큰 경제권과의 FTA에 힘을 쏟고 있으며, 한국과의 FTA 추진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
그가 첫 공식 해외 순방지를 한국으로 정하고, 한국 방문에 공을 많이 들인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다.
노다는 한일 도서협정에 따라 오는 12월까지 한국에 반환키로 한 일제 강점기의 강탈도서 1205책 가운데 정조의 홍재전서 등 3종 5권을 방한기간에 맞춰 먼저 챙겨오는 성의를 보였다.
그러나 19일로 예정된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눈에 띄는 성과물을 도출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한일 FTA 추진을 포함한 일본 정부의 주요 관심사가 한국 정부가 생각하는 대일 현안과는 시각 차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양국간 갈등의 불씨인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및 교과서 왜곡 시도, 지난달 우리 정부가 일본에 제안한 위안부 청구권 협의 등에 대해 노다 내각은 기본 입장에서 한걸음도 나아가지 않고 있다.
반대로 한일 FTA의 경우에는 우리 정부의 입장이 아직은 소극적이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한일 무역적자는 여전히 큰 폭으로 유지되고 있다. 아직은 FTA를 논의하기 위한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양국 정상의 만남은 지난 달 말 미국 뉴욕 UN총회에서 약 25분간 회동한 이후 두 번째다.
그러나 과거사를 비롯한 양국의 해묵은 현안이 회담테이블에 오르지 못한다면 이번 회담도 첫 만남 때의 상견례 수준을 벗어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양춘병기자@madamr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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