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로축구의 명문팀이면서도 최근 이름값을 못했던 리버풀은 지난해 팀이 하위권을 허덕이자, 로이 호지슨 감독을 해임하고 ‘리버풀의 레전드’ 케니 달글리시를 감독대행으로 택했다.
팬들의 열광적인 지지 속에 팀은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고, 올해 달글리시 감독은 정식으로 3년 계약을 맺었다. 그가 리버풀에 우승을 가져다줄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적어도 리버풀의 민심(?)은 평안해졌다.
팀의 레전드라는 것은 그만큼 팬들에겐 상징적인 존재다. 납득하기 어려운 부진에 빠지지 않는다면 일단 팬들의 충성도는 높을 수 밖에 없다.
한국야구 역대 최고의 선수 중 하나인 ‘국보급 투수’ 선동렬이 16년 만에 다시 친정팀 해태의 후신인 KIA 사령탑에 부임했다.
선동렬 신임감독은 누가 뭐래도 프로야구 역대 최강이었던 80, 90년대 해태의 보물같은 선수였다. 호남팬들은 “언젠가 선동렬 감독이 해야지”라며 암묵적으로 그의 등장을 기다려왔다. 해태의 후신 KIA의 감독으로 선동렬만큼 어울리는(적어도 이미지는) 인물이 또 있을까.
이처럼 해당팀의 레전드였거나, 해당 팀의 연고지 출신 지도자들이 내년에는 모두 4명에 이르게 됐다.
선 감독을 비롯해 현재 삼성을 한국시리즈에 올려놓은 류중일 감독, 야왕이라는 별명을 얻은 대전고출신 한화 한대화 감독, OB에서 뛰었던 김진욱 두산 감독이 모두 자신의 팀에서 뛰었거나 그 지역 프랜차이즈 스타다. 지금은 신생팀 NC로 옮긴 김경문 감독 역시 두산 시절 뛰어난 지도력외에도 OB의 레전드였다는 점에서 더 많은 지지를 얻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감독들의 존재는 홈팬들의 충성도를 끌어올리게 돼 관중 600만시대를 넘어선 프로야구가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팬들의 지지에 안주하고 지나치게 학연 지연에 얽매여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만 않는다면 돌아온 레전드 감독들은 분명 팀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성진 기자/withyj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