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두 후보의 캠프(선거사무소)에는 전화벨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캠프에 있다보면 매 30초마다 벨이 울린다.
전화의 종류에는 민원성, 항의성 내용도 있지만 후보들에게 남은 선거기간 동안 어떻게 하라는 식의 ‘코치성’ 전화가 봇물을 이루는게 특징적이다.
각 캠프에서는 이번 선거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전초전이라는 점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손학규 민주당 대표ㆍ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예비 대선주자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는 점 등 때문에 역대 어떤 선거보다 현저히 높아진 시민들의 관심을 증명해주는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 캠프에는 “이쁘게 하지 말고 좀 더 아줌마처럼 하고 다녀라”, “싸구려 잠바를 입고 다녀라”는 식으로 나 후보에게 서민적 이미지를 보다 강화하라는 주문 전화가 많이 걸려온다. 캠프 관계자는 “얼마 전에는 모 언론사 마라톤 대회에서 받은 점퍼를 입고 유세에 나갔는데 ‘비싸 보이니까 더 허름한 걸 입고 다녀라’는 말도 들었다”고 전했다. 나 후보가 아이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들어간 플래카드를 보고선 “아이들 때문에 (후보)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전화도 걸려온다고 한다. 캠프 관계자는 “시민들에게 감성적으로 다가가려는 전략이 숨어있는 건데 얼굴을 더 크게 보여달라는 요청이 있다”고 말했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박원순 후보의 캠프에는 선거 벽보나 거리 플래카드에서 박 후보의 기호인 ‘10번’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가장 많다. 특히 차 안에서 이동중에 볼 경우 기호 식별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 벽보의 주된 색깔이 흰색이기 때문에 각인효과가 떨어진다는 조언도 듣는다고 한다.
캠프 관계자는 “후보의 포스터가 영화 포스터인지 선거 포스터인지 분간이 안된다는 어르신들의 전화가 많다”고 말했다.
TV 토론회를 보고 걸려오는 전화도 상당하다. 박 후보 캠프에는 박 후보가 다소 수세적이었다는 평가를 전제로 더 공격적으로 대응하라는 코치가 많다고 한다. “나 후보가 말을 끊으면, 박 후보가 단호하게 경고 메시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또 박 후보에게 “TV에서 자꾸 설명하려고 하지 말고 왜 이번 선거가 치러지게 되는지를 분명히 지적한 다음에 서울과 시민들을 사랑하고 헌신하겠다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보내라”는 등의 조언도 나온다고 한다.
반면 나 후보 캠프에는 “똑부러지게 잘 한다”는 격려 메시지와 함께 “상대의 말을 경청하는 부드러운 모습도 보여달라”는 식의 주문도 많다.
양 캠프 실무진들은 지지자들이 전화를 통해 전해주는 현장의 목소리가 가장 민심의 반응을 생생하게 대변해주는 것이라는 분석에 따라 이를 선거 전략에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서경원 기자@wisham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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