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노원구 마들사거리 유세현장. 직사각형 하늘색 발판이 유세현장에 등장했다.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는 짧은 소개가 끝나자마자 발판에 올라가 사거리 인파들을 향해 높이 손을 흔들었다.
‘조용한 선거’를 표방하며 선거유세를 이어가고 있는 나 후보의 유세가 거칠고 적극적으로 바뀐 모습이다. 짧게 인사만 하고 떠났던 지난 유세와 달리 그는 방문 지역마다 200여명이 넘는 군중 앞에서 연설을 하고 시민들을 만났다.
이날 나 후보는 의자며 소주박스, 바위 등 올라 설 수 있는 곳이면 가리지 않고 올라가서 마이크를 잡았다. 그동안 취재진과 인파에 가려 제대로 시민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던 나 후보 측이 낸 아이디어다.
덕분에 멀리서도 나 후보를 알아본 시민들이 나 후보 주위에 모여들었다. 노원구 해바라기공원 유세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지나가던 길에 나 후보가 보여서 잠깐 들렀다”고 말했다.
발판 덕에 커진 키 만큼 목소리와 손동작도 커졌다. 3~4분이면 끝났던 연설은 매번 10분을 훌쩍 넘겼다.
박 후보 공격수로 직접 나선 나 후보의 발언 강도도 전과는 달랐다. 나 후보는 연설마다 “상대 후보가 시민들에게 정책을 알릴 수 있는 TV토론을 거부하고 있다”며 자신은 정책과 비전으로 승부하는 후보라는 이미지를 분명히 하면서 박 후보를 압박했다.
나 후보는 “서울시장에 나오려면 누구든지 당당하게 정책도 검증받고 도덕성과 자질도 검증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도망가버리면 서울시민들은 과연 무엇을 갖고 투표를 할까 참 안타깝다”고 밝혔다.
“살림 살아본 여자가 더 잘 하겠죠”, “10월 26일 누구를 찍을지 이제 결심이 서시나요” 등 적극적으로 바뀐 연설내용도 주목할만 한 변화다.
그러면서 박 후보와 차별점을 강조했다. 그는 “박 부호와 제가 크게 다른 게 있는데, 과거 발전적 부분을 인정하느냐 마느냐다. 박 후보는 과거 것은 ‘깨고 부수고’가 정책이자 공약”이라며 “과거 (전임시장이) 했다는 이유로 깨고 부수는 공약으론 미래로 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투표 독려도 달라진 점 중 하나다. 이날 나 후보는 방문지역마다 “중요한 건 마지막에 투표를 하는 것”이라며 “각자 휴대폰에 저장돼 있는 사람들 다 함께 투표하러 와서 기호 1번 1등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미정 기자 @monacca> balm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