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제가 모 골프장 지배인을 맡아 회원 익히기가 급선무였을 때였습니다. 로비에서 연세를 무색케 하는 옷차림과 모자에 선글라스를 멋있게 걸치신 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모습이 좀 특별나서 그 분을 바라보고 있는데 아주 명랑하게 제게 먼저 인사를 하십니다. 그리고는 “혹시 김실장?” 하시면서 다가오십니다. “어머 절 어떻게?” “내가 잘 알지. 다 관심법쓰면 되지” 라며 유머있게 말씀하셨습니다. 회원님이시라는 것을 느끼고, “제가 회원님을 알아뵜어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아니 괜찮아. 김실장 얘기 많이 들었제. 잘해 봅시다.”라며 필드로 향하셨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겨울이 되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쯤에 회원님의 초청으로 사장님, 부장님, 그리고 저와 회원담당 과장님이 함께 그 회원님과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식사 약속시간이 오후 6시였습니다. 식사를 끝내고 자리를 파할 때가 되니 무려 10시가 넘었습니다. 4시간이 넘게 어려운 어른들과 함께 했습니다. 그런데 희한하게 그 시간이 지루하거나 길다는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그 정도로 유쾌한 자리였습니다. 그리고 많은 것을 배운 자리였답니다.

그 자리에서 가장 많이 느낀 것은 나이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회장님, 옷 잘 입으시는 것으로 유명하신데 혹시 아세요? 혹시 코디를 해 주시는 분이 따로 있으세요?”

“골프 약속이 얼마나 중요해? 나는 사업을 하다 보니 원래 중요한 약속이 많았었지. 그래서 골프장 오는 날이 정해지면 그 전날 저녁에는 꼭 다음 날 기상 상태와 티오프 시간, 그 골프장 특성 그리고 골프 모임의 성격과 같이 라운딩할 동반자 등을 고려해서 옷을 골라 놓게 되었다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그게 습관이 돼서 이제 사업에서 거의 손을 떼었지만 그게 아주 취미가 됐어.” 그러시면서 뒤이어 “상대방이 뭘로 날 판단하겠나? 내가 하는 말들도 중요하게 생각하겠지만 내 첫 이미지를 많이 볼 거라 생각했지. 그래서인지 사업은 잘 됐고…. 나는 원래 의상에 따라 사람을 판단하는 부분이 크다네.”

<쎄듀골프서비스연구소 김영미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