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에는 그런 법칙이 있다. 식상할 만큼 너무 친숙해져도 안되고, 또 너무 낯설어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은 사실 삶의 모든 부분에서 적용된다.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한 선수가 계속해서 우승을 하게 되면 그것도 좀 지겨워지고, 흥미도 시들해지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승자가 날마다 다르게 되면 기억에도 남지 않고 그 선수에 대해 아는 것도 적어지기 때문에 그다지 관심이 가지 않게 된다. 마케팅이야 고객의 니즈(Needs)에 맞추어 전략을 짜고 일을 실행에 옮기면 되지만, 스포츠는 그럴 수가 없기에 원하는 그림이 나오지 않으면 관계자는 참 갑갑할 수밖에 없다.
김하늘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통산 5승을 기록했다. 2008년 이후 3년간 침묵하다 터진 우승이기에 본인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을 수밖에 없다. 더 성숙하고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한 발판이 마련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한국여자골프투어가 세계적인 무대와 견주어도 전혀 뒤지지 않는 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
골프는 장갑을 벗어봐야 한다고 사람들은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사실 18홀을 도는 동안에 그 사실을 잊어버리고, 쉽게 절망하거나 들뜨게 된다. 김하늘은 보기와 버디를 하며 끝까지 집중하여 경기를 마친 덕에 우승이라는 값진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골프에서 가장 힘든 싸움은 끝까지 경기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집중력도 필요하지만, 힘든 상황을 털어내 버릴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
올해 공식경기가 4개 대회밖에 남지 않았다. 적절한 때에 2연승을 기록한 선수가 나온 것이 무척 기쁘다. 찬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 지금, 올해 끝까지 선의의 경쟁으로 골프팬들에게 계속해서 멋진 경기를 펼쳐 줄 KLPGA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