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포옹과 감사의 기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총성과 경적.
‘공통의 적’ 카다피가 사망한 후 수도 트리폴리를 포함한 리비아 전역은 독재의 사슬에서 풀려난 해방의 기운이 넘실대고 있다. AP, AFP 등 주요 외신들은 일제히 “리비아는 지금 축제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고 전했다.
외신보도에 따르면 트리폴리를 포함한 주요 도시들에는 카다피의 사망을 축하하려는 인파로 도로가 마비됐고 차량행렬이 꼬리를 물고 있으며 곳곳에서 총성과 경적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카다피가 최후를 맞은 해안도시 시르테는 흥분의 도가니로 변했다.
얼굴을 마주한 사람들은 “우리가 해냈다”며 서로 악수하고, 부둥켜안는가 하면 일부는 땅에 키스를 하고 감사 기도를 했다.
병사들은 승리를 기념하며 남은 실탄을 다 소진하려는 듯 허공에 기관총을 쏘아댔다. 치열한 교전의 상징이었던 총성이 기쁨의 ‘축포’로 변한 것이다.
시르테에 머물고 있는 국가과도위원회(NTC) 병사 압둘 마트룹 살레는 “지금 들리는 총성은 모두 축포소리” 라며 “시르테 전역이 완전 해방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병사 알라 우르풀리는 “우리는 카다피와 그의 추종자들을 끝장냈다”며 “복수를 했고, 그를 지옥에 보냈다”며 기뻐했다.
그러나 현장 곳곳에서 눈에 띄는 무기와 수류탄들, 흥분한 인파와 해방구가 돼버린 거리들은 봇물처럼 터진 자유의 물결 뒤에 불안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조대식 주리비아 한국 대사는 20일 “카다피의 사망으로 불안한 상황이 일단은 마무리 됐다” 면서도 “카다피의 사망으로 치안이 더 나아질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유동적인 부분이다”이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카다피의 사망 그 자체로 중동의 독재라인은 막다른 골목에 내몰리게 됐지만, 리비아 내부로 눈을 돌려보면 사정은다르다.
숱한 저항군의 피를 온전히 민주주의로 이끌어 낼, 흥분의 도가니에 빠진 이 나라에 질서를 부여할 권위있는 정치세력의 부재가 그 것이다.
조 대사는 “NTC군이 그동안 카다피란 ‘공통의 적’을 갖고 있어 내부적인 문제에 대해 참고 있었지만, 이제부터는 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0~300개 무장세력으로 구성된 NTC군이 카다피 사망 후 각자의 지배권을 강화하고 기득권을 차지하려는 내부 다툼과 분열이 표면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조 대사는 “리비아의 과제는 우선 NTC를 구성하는 무장 세력간 정치적 합의(임시 정부)를 이끌어 내는 것이며, 둘째는 리비아 전국에 뿌려진 무기를 회수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재 리비아에는 얼마나 많은 무기와 수류탄이 있는지 추산조차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양춘병 기자@madamr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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