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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색깔론ㆍ지역감정ㆍ고소고발ㆍ막말경쟁 ‘갈데까지 간’ 서울시장 선거전
서울시장 선거가 막판으로 접어들면서 색깔론, 지역감정, 고소고발, 막말공방 등 구태 정치가 판을 치고 있다. 박빙 선거에서 이겨야 한다는 절박함 앞에 ‘새 정치’와 ‘생활 정치’ 같은 초심은 흔적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22일 정치권은 색깔론을 화두로 전날의 공방을 이어갔다. 차명진 한나라당 의원은 이날 오전 열린 회의에서 평택 미군기지 반대 운동을 언급하며 “박원순 후보가 주도하고 있다”고 그의 사상 문제를 거론했다. 전날 홍준표 대표가 아름다운 재단 후원금 일부가 촛불시위 관련 단체 지원에 사용된 것과 관련 “종북주의자들이 인터넷에서 설치는 상황에서 서울시장이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걱정”이라고 한 것에 이은 색깔론 2탄인 셈이다.

박 후보측 역시 한동안 여의도 정치판에서 금기시 됐던 지역감정을 꺼내드는 모습이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지난 20일 기자들과 만나 박 후보의 재경호남향우회 방문 일정을 설명하면서 “호남 대표는 안된다고 하면서 선거때만 되면 찾는다”고 특정 지역 출신 인사들을 대상으로 한 노골적인 득표율 올리기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대변인들의 가시돋힌 단어 사용도 계속됐다. 나 후보측은 전날 ‘전직 보좌관’이 쓴 “나경원 서울시장을 반대하는 이유”라는 글과 관련, 이 보좌관이 현재 박 후보측 캠프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있음을 언급하며 “제2의 김대업 사건 조작 의도”라며 “시민단체의 순수성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공작정치까지 하고 나섰다”고 격한 어조로 비판했다.

고소고발 정치도 부활했다. 나 후보측은 부친이 운영하는 사학재단의 감사 배제 청탁 의혹을 제기한 정봉주 전 의원을 고소했다. 또 1억원대 피부클리닉 출입, 일부 저서에서 나 후보가 학력을 과대 포장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도 “허위보도나 매도”라며 적극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상대 후보 진영 뿐 아니라 언론사를 대상으로 한 고소나 고발도 불사하겠다는 의미다.

학력에 관한 의혹을 받고 있는 박 후보측도 고소 고발에서는 뒤지지 않는 모습이다. 미국 유학 시절 초빙교수 자격 논란에 대해 최초 폭로 당사자인 무소속 강용석 의원은 물론, 이를 인용했던 나 후보와 안영환 캠프 대변인도 고소 명단에 포함시켰다.

이 같은 폭로ㆍ지역감정ㆍ고발의 구태 정치 재현은 막말 공방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두 후보 캠프와 소속 의원들은 이날 “냄새나는 정치공작”(강성만 나 후보 캠프 부대변인), “저잣거리 양아치 방식 사업(차명진 한나라당 의원)”, “숨 쉴 틈을 안주고 짖어대는 상황”(주승용 민주당 의원) 등 자극적인 단어를 쏟아냈다.

이런 두 후보측의 구태 정치 재현은 자신들의 확고한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결집시키기 위한 의도가 깔려있다. 상대편에 대한 노골적이고 자극적인 비판과 공격이 표심을 감추고 있는 ‘숨은 지지자’들의 결집을 끌어내는데 최고라는 과거 선거의 경험이 이 같은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도 넘은 공방은 유권자들의 정치 무관심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트위터나 인터넷에서 “뽑을만한 사람이 없다” 같은 내용의 글들이 심심치 않게 보이고, 여론조사에서 “꼭 투표하겠다”는 응답자의 비율이 하향 추세에 있는 점도 이런 구태정치 재현에 대한 반감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최정호 기자@blankpress>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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