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줄만 알았는데 똑부러지네“-“왜 자기 얘기는 안하지?”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응은 상당히 긍정적으로 변했다. 유독 외모에만 집중됐던 관심도 점차 나 후보의 콘텐츠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연설을 들으니 믿음이 간다”, “예쁘기만 한 줄 알았는데 일도 잘 할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중들에게는 나 후보는 정치인 혹은 행정가보다 연예인 이미지가 강했다. 유세장에 등장하면 유권자들은 나 후보의 얼굴을 확인하는데 바빴다. 나 후보를 만난 후의 반응도 “예쁘다”, “생각보다 키가 작다”등 외모에만 편중됐다. 나 후보는 이런 평가에 늘 아쉬워하면서 이미지 변신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지난 23일, 노원구 롯데백화점앞 유세현장에서도 나 후보는 어김없이 발판위에 올라섰다. 시민들은 카메라 대신 멀찌감치 떨어져서서 나 후보의 유세연설을 들었다. “여러분 잘 계시나해서 다시 왔다”는 나 후보에게 시민들은 박수로 답했다. 친구와 함께 유세장을 찾은 김 모(여ㆍ30)씨는 “믿음 직스러운 분 같다”며 “여성이 시장이 되면 여성 편에서 서울시정을 잘 운영할 것 같다”고 말했다. 50대 부부는 “연설을 들어보니 친근감이 가고 신뢰가 간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공약도 시민들의 인식변화에 한 몫 했다. 이날 중랑구, 노원구, 광진구 등을 돌아다닌 나 후보는 각 구의 최근 현안에 맞는 공약들은 발표해 공감을 얻었다.
중랑구 면목공원에서 만난 한 30대 주부는 “똑부러 지는 것 같다”며 “박 후보의 연설도 들어봤는데 (나 후보의) 공략이 더 구체적이고 귀에 잘 들어온다”고 말했다. 주부들은 여전히 나 후보의 든든한 지원군. 광진구 어린이 대공원 앞에서 열린 유세장에서 나 후보는 “엄마들이 애 맡길 곳이 없으면 일을 못한다, 그래서 보육시설을 만들려고 한다”고 하자 주부들의 박수세례가 이어졌다.
하지만 나 후보가 ‘저쪽 후보’, ‘상대 후보’로 지칭하며 박원순 후보에 대해 말하자 여기저기서 거부반응이 나왔다. 왜 자신의 이야기를 안하고 남의 이야기를 하냐는 것. 중랑구에서 만난 장 모(44ㆍ자영업)씨는 “다른 후보 이야기하면 이미지가 얼마나 안좋아지는지 아냐”며 반감을 표했다.
나 후보를 향한 민주당 열혈 지지자들의 시선도 호의적이지만은 않았다. 한 향우회 체육대회에서는 나 후보가 등장했는데도 참가자들은 썩 반갑지않은 표정을 비쳤다. 한 50대 남성은 “어차피 안찍어줄 건데 뭐하러 오냐”며 “나경원이 싫어서라기 보다는 한나라당이 싫어서 안찍어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손미정 기자 @monacca> balm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