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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걸작, 한국형 잠수함
소음 적은 디젤형에 소나로도 탐지 어려워…대우조선해양, 인도네시아와 11억弗 프로젝트 최종낙찰
1987년 독일 잠수함 도입

해안선 복잡한 한국형 개량

1993년 ‘장보고함’ 탄생


3번함 ‘최무선함’부터

부품~건조까지 독자적 생산

첨단무기 탑재 손원일급 실전배치



한국형 잠수함 수출이 9부 능선을 넘었다. 대우조선해양이 최초로 한국형 잠수함 수출을 위해 인도네시아 국방부 및 해군과 잠수함 스펙(Specification)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번 잠수함 프로젝트는 1400t 규모의 잠수함 3척을 건조하는 사업으로 사업비만 11억달러(한화 1조2000억원)에 달한다. 국방부의 방위산업 수출 목표가 10억달러임을 감안하면 이번 계약으로만 올해 수출 목표를 달성한 셈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그 규모가 어마어마한 만큼 경쟁도 치열했다. 잠수함 선진국인 프랑스와 러시아를 비롯해 우리에게 잠수함 기술을 전수한 독일까지 이번 입찰에 의욕적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경쟁입찰에서 한국형 잠수함의 경쟁력을 인정받으며 프로젝트 계약에 최종 낙찰됐다. 과연 한국형 잠수함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한국형 잠수함, 소리없이 강하다=한국형 잠수함은 한 마디로 ‘작지만 강하고 조용하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잠수함 프로젝트에 낙찰된 장보고급 잠수함도 승선 인원이 30명 내외밖에 안되는 소규모 잠수함이다. 이런 잠수함이 빛이 들어오지 않는 300~400m 깊이의 해저로 잠수한 후 해구에 숨으면 소나(SONARㆍ음파탐지기)로도 찾아내기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특히 한국형 잠수함은 핵 잠수함과 달리 디젤 잠수함이 기본형이라 소음도 적다. 또 주요 장비가 모두 진동 흡수재로 포장돼 있다. 이에 소음만큼은 미국의 최신예 잠수함인 시울프 다음으로 조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형 잠수함의 위력은 한ㆍ미 합동훈련에서 빛을 발했다. 1995년 샤렘훈련 당시 한국 잠수함이 여러 척의 수상함과 잠수함, P3 대잠초계기로 구성된 미국 해군의 대잠방어망을 뚫고 들어가 기함(Flag Shipㆍ사령관이 탄 배)을 스모크로 명중시킨 일화는 유명하다.

1997년 독수리훈련 때도 미국 해병대가 상륙항모(LPH)를 동원해 작전을 벌였지만, 우리 잠수함은 방어망을 뚫고 항모에 스모크를 명중하는 데 성공했다. 그 전까지 우리 해군을 우습게 보던 미국 7함대는 독수리훈련 이후 우리에게 먼저 잠수함 작전을 같이 하자고 제의할 정도가 됐다.

▶시작은 독일 잠수함으로=한국형 잠수함은 바로 독일이 개발한 209급 잠수함이다. 209급 잠수함은 1200t 규모의 소형 잠수함으로 수중에서 최고 21.5노트(약 40㎞/h)의 속도를 낼 수 있다. 이 잠수함은 개발 직후인 1960년부터 2000년 초반까지 우리나라를 비롯한 13개국에 60척을 판매하는 공전(空前)의 히트를 기록한 모델이다.

우리나라는 1987년 독일 HDW 사의 209급 잠수함을 도입해 1993년 국내에 취역했다. 당시 북한이 잠수함을 이용해 간첩을 남파하는 등 위협을 받아 우리나라도 뒤늦게 잠수함을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당시 우리 정부는 독일의 209급 잠수함을 해안선이 복잡하고 수심이 낮은 한국 실정에 맞춰 개량하고, 기술이전을 하는 조건으로 도입했다.

이에 대우중공업(현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들은 독일 현지에서 잠수함 건조에 참여했고, 안병구 대우조선해양 상무(당시 잠수함 초대함장) 등 해군 관계자도 독일로 건너가 장비 운용법 등을 배웠다.

안 상무는 “당시 40여명의 승조원과 2년6개월 동안 자취를 하면서 밤 늦게까지 잠수함 장비 운용법을 배웠다”고 회고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국내 첫 잠수함인 ‘장보고함’이다.

장보고함은 독일에서 건조돼 국내에 반입된 만큼 한국형 잠수함이라고 말하기 힘들다. 하지만 2번함인 이천함부터는 독일에서 가져온 부품으로 대우중공업이 직접 조립했다. 또 3번함인 최무선함부터는 부품부터 건조까지 모두 국내에서 이뤄지면서 독자적으로 잠수함을 건조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는 잠수함에 잠대함(潛對艦) 미사일인 서브하픈(UGM 84)을 발사할 수 있도록 개량하는 등 무기 탑재 능력을 인정받았다. 또 AIP(공기불요추진체계)와 FAS(측면배열소나) 등 첨단기술을 통해 2~3일에 불과한 재래식 잠수함의 잠항기간을 15일로 대폭 늘리고, 스텔스 기능도 강화했다.

▶한국형 잠수함의 미래는=최근 1800t급 규모의 첨단기술과 무기를 탑재한 손원일급을 실전 배치한 우리나라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최근 2017년을 목표로 차세대 잠수함 개발을 시작했다. 재래식 잠수함으로는 최고의 성능을 갖춘 잠수함을 만드는 것이 이번 연구의 목표다. 이를 위해 해양 수중운동체특화연구센터는 방위사업청의 위촉을 받아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그렇다면 한국형 잠수함의 미래 모습은 어떨까.

차세대 잠수함의 미래 전략은 바로 이미 가지고 있는 강점을 극대화해 핵 잠수함과 차별화하는 것이다. 즉, 재래식 잠수함의 강점인 ‘적은 소음’을 더 줄여 잠수함의 은밀성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수중운동체특화연구센터는 기존의 소음을 줄이는 수동적(passive) 방식을 넘어 소음으로 소음을 상쇄하는 적극적(active) 방식으로 소음을 제거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소리는 파동을 갖고 있어 위상이 같은 파동을 만나면 보강간섭이 일어나 크기가 증폭되고, 위상이 정반대인 파동이 만나면 크기가 작아진다. 연구센터는 이 같은 원리로 소음을 상쇄하는 ‘스마트 스킨(smart skin)’을 개발했다.

김재수 해양대 해양개발공학부 교수는 “스마트 스킨 기술로 잠수함에서 발생하는 소음 수준을 6dB 정도로 줄였다”며 “장보고급 잠수함의 소음 수준이 100~110dB이며, 이를 탐지하려면 2~3㎞ 내로 접근해야 탐지할 수 있다는 점을 볼 때 스마트 스킨 기술이 적용된 잠수함은 바로 옆에 지나가도 탐지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 @shinsoso>
/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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