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ㆍ26 재보궐선거 결과는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에게 많은 숙제를 안겼다.
안풍(安風ㆍ안철수 바람)에 밀려 대세론에 금이 간 게 확인되면서, 여권에서 대두되는 ‘박근혜 대안론’과 ‘수도권 한계론’이 그를 덮쳤다.
지방에선 위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서울에서 지고 대권을 거머쥐기란 불가능하다. 20~40대 표심을 잡지 않고서 승리하기란 쉽지 않다.
YTN이 26일 투표마감 직후 발표한 서울시장 결과 예측조사에 따르면 박 전 대표의 선거지원으로 나경원 후보를 선택했다는 응답자는 19.4%,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막판 지원으로 박원순 후보에게 투표했다는 응답자는 28.6%였다. 서울에선 ‘선거의 여왕’ 박 전 대표의 바람이 안 원장보다 약했다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당 내에선 박근혜 대안론이 제기될 조짐이다. 위기감이 커질대로 커진 상황에서 박 전 대표의 수도권 한계론은 총선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다.
그동안 ‘박근혜 대세론’에 밀려 좀처럼 활동 공간을 찾지 못했던 정몽준 전 대표나 김문수 경기지사, 이재오 장관 등 여타 잠룡들이 정치적 움직임을 모색하면서 박 전 대표를 견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나라당 핵심 당직자는 “박근혜 대세론은 한나라당을 안주하게 만들었다”고 자성한 뒤 “그래도 이렇게 빨리 올줄은 몰랐다”고 했다. 한 정치컨설턴트는 “영남ㆍ충청 민심만으론 역부족이다. 야권은 박 전 대표를 영남에 가둬놓는 전략을 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렇지만 박 전 대표 ‘우세론’은 여전히 유효하다. 여권 내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설명이다.
지난 2004년 탄핵 역풍 직후 당 대표를 맡아 ‘천막당사’에서 이뤄진 개헌저지선이란 ‘성과’는 뇌리 속에 박혀 있다. 때문에 박 전 대표가 당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1992년 3당 합당 이후 치러진 첫 총선에서 민자당이 참패하자, 대권출마를 선언하면서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YS의 승부사 기질은 같은 해 대선에서 유감없이 발휘됐다.
임상렬 리서치플러스 대표는 “한나라당이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면서 박 전 대표를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예상했다. ‘박근혜 대세론’에 빨간불이 켜졌지만, 이는 그의 광폭행보에 힘을 싣는 요인이기도 하다.
당장 박 전 대표는 사실상 두개로 쪽개져 있는 한나라당을 단일대오로 형성해야 하는 과제를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동석 기자/dsch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