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일 기적’의 주인공, 박원순 신임 서울시장의 어깨가 결코 가볍지 않다. 또 그를 둘러싼 시민사회세력의 부담도 커졌다. 한 줌의 정치 기반도 없이 거대 여당을 무릎 꿇린 박 시장이지만, 그가 몸담은 시민단체와 멘토단이 기성 정치권의 무능을 뛰어 넘는 ‘대안 세력’이 될 수 있느냐 하는 의문 부호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냉정히 말해 이번 선거는 시민 운동가 박원순의 승리이기에 앞서 이명박 정부와 기성 정치권의 자멸이라는 게 정치 정문가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측근 비리 의혹과 내곡동 사저 논란으로 공정 사회를 무색케 한 이명박 정권, 지역ㆍ이념의 낡은 틀에 갇혀 국민의 다양한 요구를 외면한 기성 정치권에서 새로운 시장이 나올 것으로 본 사람은 애초부터 드물었다.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는 27일 P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박 시장은 국민적 지명도도 떨어지고, 검증 시비에 휘말리고, 토론에도 서툴렀지만 다수 유권자는 이런 것보다는 정권에 대한 심판이 중요하다고 본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렇다면 박 시장에 대한 진정한 평가는 선거가 끝난 지금부터이며, 그와 시민 단체가 국민적 분노에 무임승차한 것인 지, 아니면 대안 세력으로서의 능력을 갖췄는 지는 서울 시장과 향후 정치 행보를 통해 스스로 보여줘야 한다.
당장 막대한 재정적자를 줄이면서도 복지를 확대하는 등의 공약이 어떻게 모순없이 실행될 수 있는 지, 전임 시장의 주요 사업들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조정해 낼 지 등이 박 시장의 발 앞에 놓은 과제들이다.
박 시장을 성장시킨 시민 단체는 1989년 경제정의와 사회정의을 모토로 창립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을 시작으로 20년 이상을 정권과 정부의 비판자로 활동해왔다. 구체적 대안 제시보다는 질타와 새로운 요구를 쏟아내왔지만 이제 처지가 뒤바뀌었다. 더군다나 정치 시험대에 오른 건 이번이 사실상 첫 무대다.
이상돈 교수는 “박 후보는 (시민사회) 무소속 후보라기보다는 엄연히 야권 후보” 라며 “이번 선거를 기화로 별안간 정당을 만들고 바람을 일으킬 가능성은 적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세계 정치학 교과서는 휴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시장을 만드는 데 한 마음이 된 범야권의 구심력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지도 관건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날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박 시장을 만든 세력 중 문재인은 기성 정치인 부류이며 안철수는 탈이념주의자, 시민사회는 이념 프레임을 갖고 있어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선택은 박 시장의 시정을 지켜보고 향후 이들의 활동을 평가할 국민의 몫” 이라고 말했다.
<양춘병 기자@madamr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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