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힘있는 캐릭터·영상미 압권…그러나 지울수 없는 ‘300’의 그림자
신작 ‘신들의 전쟁’
삼팔선, 사오정이라는 단어 앞에 작아지는 직장인,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전셋값 앞에 막막한 예비부부, 다음학기 등록금 걱정에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멈출 수 없는 대학생. 이 모두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이웃이고 내 아버지고 형이고 동생이다. “녹록지 않은 삶이군” 생각하며 하루하루 버티지만 미어터지는 출근길 지하철을 겨우 탈출하고서 새삼 높고 푸른 가을 하늘을 쳐다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신이 있다면 이럴 순 없어”라고.

그런데 멋있고 아름다운 훈남 훈녀 신들이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내가 위기에 처한 순간 언제든 ‘출동’할 준비를 하고 있다면 어떨까? 인간을 돕기 위해 하늘에서 수직낙하하며 바다로 뛰어든 신 포세이돈처럼 말이다. 바로 영화 ‘신들의 전쟁’의 한 장면이다.

영화는 올림푸스 신들과 인간이 공존하는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평온했던 세상은 인간 세상을 지배하던 하이페리온 왕이 신들을 향해 전쟁을 선포하면서 혼란에 빠진다. 인간의 전쟁에 관여할 수 없다는 규율 때문에 신들의 우두머리인 제우스(루크 에반스)는 신을 대신해 하이페리온에 대항할 영웅으로 테세우스(헨리 카벨)를 지목한다. 사생아로 태어나 멸시를 당하며 성장하지만 인간으로 분한 제우스의 가르침으로 테세우스는 훌륭한 전사가 된다.

인류를 멸망시키는 무기, ‘에피루스의 활’을 차지하기 위해 ‘피의 전쟁’을 불사하는 하이페리온 왕. 그는 에피루스의 활로 타이탄의 봉인을 풀어 올림푸스 신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민다. 그리고 테세우스는 미래를 내다보는 여사제 페드라(프리다 핀토)와 함께 이에 맞선다.

이들의 대립과 전쟁 과정은 화려한 영상으로 표현돼 관객을 압도한다. 영화 300의 제작진이 4년 만에 의기투합했고 차세대 할리우드 비주얼리스트로 떠오른 타셈 싱 감독이 가세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다. 봉인이 풀린 타이탄 족의 반격, 낭자한 붉은 피, 죽고 죽이는 잔인함을 거침없이 묘사하는 대담함. 그리고 그리스 신들의 스펙터클한 액션신은 한편의 회화를 스크린으로 옮겨놓은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목적은 충분히 달성한 듯 보인다. 그만큼 영화가 보여주는 영상미는 관객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캐릭터의 힘도 간과할 수 없다. 석고상 같은 하얀 피부와 황금빛 옷을 두른 신들의 화려한 모습, 빨래판 복근 정도는 기본으로 새긴 배우들의 탄탄한 몸매가 화면을 장식한다. 자식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인간을 구원해야 하는 제우스의 깊은 고뇌가 스크린 너머로 전해질 때 또 테세우스가 하이페리온과 맞대결을 펼치는 장면에서는 캐릭터의 힘도 느껴진다.

‘아이언맨2’에서 강렬한 악연 연기를 선보였던 미키 루크는 이번 작품에서도 압도적인 악역 카리스마를 뿜어냈다. ‘슬럼독 밀리어네어’와 ‘혹성탈출:진화의 시작’에 출연하며 주목받은 프리다 핀토 역시 타셈 싱 감독의 절대적 지지를 받으며 캐스팅됐다고 알려졌다. 특히 수많은 배우들이 경합을 벌인 끝에 테세우스로 최종 낙점된 헨리 카벨의 식스팩 몸매와 연기투혼이 눈에 띈다.

하지만 하이페리온 군단과 테세우스 군단의 대결신에서는 영화 300의 한 장면이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다. 3D의 구현과 기술적인 부분에서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고 해도 영화를 보는 내내 ‘데자뷔’(최초의 경험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본 적이 있거나 경험한 적이 있다는 이상한 느낌이나 환상)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는 점은 이 영화의 한계다. 다음 시리즈로의 확장 가능성을 내비치며 막을 내린 영화 신들의 전쟁. 화려한 영상미와 흡입력 있는 캐릭터의 비주얼에도 불구하고 영화 300의 그림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황유진 기자/hyjgogo@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