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 처리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든 가운데 국회 파국을 막기 위한 여야 협상파들의 절충 노력이 가속화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오는 15일 국회를 직접 방문해 여야 각 정당에 비준안 처리에 대한 협조를 당부키로 하는 등 청와대와 정부의 대(對)국회 및 대국민 설득 노력도 강화되고 있다.
먼저 한나라당 황우여ㆍ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13일 당내 강경파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막판 극적타결 가능성을 열어두고 계속 ‘협상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두 사람은 비준안 처리의 1, 2차 디데이(D-day)로 여겨졌던 3일과 10일 본회의를 취소함으로써 일단 24일 본회의 때까지 시간을 벌었다.
물론 국회가 휴회 결의를 하지 않아 24일 이전이라도 언제든지 본회의를 열어 비준안을 처리할 수 있다는 게 한나라당의 입장이지만 여야 합의가 없을 경우 본회의는 열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박희태 국회의장이 직권상정 등 일방적 국회운영에 부정적인 것도 이런 전망과 무관치 않다.
‘여당의 일방처리와 야당의 물리적 저지 반대’ 공동선언을 한 여야 8인의 물밑 중재노력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공동선언에 참여한 한나라당 주광덕 현기환ㆍ황영철ㆍ홍정욱 의원, 민주당 박상천ㆍ강봉균ㆍ김성곤ㆍ신낙균 의원은 소속 의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설득을 하는 등 지지세 확산에 나섰다.
특히 핵심 쟁점인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절충안을 만들어 전체 의원 87명 가운데 과반이 넘는 45명의 지지를 이끌어 낸 민주당내 온건파들은 손학규 대표 등 강경 지도부의 반대에 부딪혀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있으나 여건이 되면 다시 활동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원내지도부는 민주당이 ‘ISD 절충안’을 당론으로 채택하기만 하면 이를 적극 수용하는 것은 물론 난색을 표시하고 있는 정부를 최대한 설득한다는 구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의 국회 방문이 한ㆍ미 FTA 정국의 흐름을 가르는 분수령이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12∼13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에 열리는 제19차 아시아ㆍ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국회를 방문하는 이 대통령이 야당을 설득할 수 있는 뭔가 새로운 안을 제시할 경우 극적 돌파구가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11일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이 APEC 회의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만나 협상에 대한 새로운 제안을 가져온다든지 새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다면 만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등 야당 지도부와의 대화 성사 여부와 관계없이 이 대통령이 직접 국회를 찾아가 설득노력을 하는 것만으로도 약화될대로 약화된 한ㆍ미FTA 비준 동력을 되살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여ㆍ야ㆍ정의 합의 노력이 무산될 경우 24일 본회의가 디데이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일각에선 비준안을 아예 12월로 넘겨 새해 예산안과 묶어 패키지로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양춘병ㆍ박정민 기자/bohe@heraldcorp.com